이사 경업금지의무는 ‘동종업계에서 일하면 모두 위법’이라는 규칙이 아닙니다. 상법이 막는 것은 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사와 같은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자기나 제3자의 이익으로 하거나, 같은 영업을 하는 다른 회사의 이사·무한책임사원이 되는 행위입니다.
- 이사회: 이사들이 회사의 주요 업무를 결정하고 감독하는 회의체
- 정관: 회사의 목적·조직·운영 원칙을 정한 기본 규칙
- 법인: 법이 사람과 별도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인정한 조직
- 자본금: 주주가 출자한 금액 중 회사의 자본금으로 정해 등기한 금액
그래서 재임 중 동종업 창업은 이사회 승인 없이는 문제가 되지만, 승인을 받았다면 허용될 수 있습니다. 퇴임한 뒤의 취업·창업은 이 법정 의무가 아니라 별도로 맺은 경업금지약정이 합리적인지, 재임 중 미리 고객이나 직원을 빼 왔는지, 영업비밀을 가져갔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상황별로 먼저 볼 기준
| 상황 | 우선 확인할 기준 |
|---|---|
| 재임 중 개인 명의로 경쟁사업 운영 | 회사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인지, 사전 이사회 승인이 있는지 |
| 재임 중 가족·제3자 회사를 통해 거래 | 실제 계산과 경제적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
| 경쟁회사 이사 겸직 | 두 회사의 영업이 동종인지, 적법한 승인이 있었는지 |
| 단순 투자·소수지분 보유 | 경영 참여·거래 관여와 회사 기회 이용 여부 |
| 퇴임 전 경쟁회사 설립 준비 | 재임 중 고객유인·인력모집·자료반출·기회 유용이 있었는지 |
| 퇴임 후 동종업 창업 | 경업약정의 합리성, 영업비밀·부정경쟁행위 여부 |
| 일반 직원의 경쟁업체 이직 | 이사 법정의무가 아니라 근로계약·영업비밀·경업약정 중심 |
직함이 ‘대표’, ‘부사장’, ‘고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법상 이사인지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등기이사인지, 법이 이사와 같은 책임을 묻는 업무집행지시자 등에 해당하는지, 실제 권한이 어디까지였는지를 확인합니다. 등기이사가 아닌 직원이라면 표의 마지막 줄처럼 근로계약과 영업비밀 문제로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상법상 경업금지의무의 대상
상법 제397조는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다음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는 행위
-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는 행위
‘회사의 영업부류’는 등기된 사업목적 문구만 기계적으로 비교해 정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하고 있거나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을 기준으로 봅니다. 거래지역, 고객, 상품·서비스가 겹치는지와 실제로 경쟁할 가능성을 함께 따집니다.
예를 들어 정관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가 경쟁회사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사업목적 문구가 다르더라도 같은 고객에게 같은 솔루션을 팔며 수주를 놓고 다툰다면 경업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자기 계산과 제3자 계산을 구분합니다
이사 본인 명의로 계약하지 않았다고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법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이라는 표현을 써서, 누구 이름으로 계약했는지보다 손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봅니다.
다음 구조도 확인합니다.
- 배우자·가족 명의 사업체를 통해 거래
- 이사가 지배하는 별도 법인을 통한 경쟁사업
- 지인 회사 명의를 빌리고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
- 회사에서 알게 된 거래기회를 제3자에게 넘기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
- 경쟁회사에 실질적으로 경영조언·고객소개를 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예를 들어 회계 솔루션 회사의 이사가 재임 중 배우자 명의로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담당하던 고객사에 비슷한 솔루션을 팔았다고 해 봅시다. 계약서에 이사 이름이 없더라도 이익이 사실상 이사 가족에게 돌아간다면 경업금지 위반과 회사기회 유용이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상장된 경쟁회사 주식을 소액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경쟁회사 이사로 취임하거나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이사회 승인은 거래 전에 구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경업행위가 예상된다면 거래·취임 전에 이사회에 중요사실을 공개하고 승인을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승인자료에는 다음을 포함하세요.
- 경쟁사업 또는 거래의 구체적 내용
- 상대방과 이사의 이해관계
- 대상 상품·고객·지역과 기간
- 예상 매출·이익과 회사에 미치는 영향
- 회사가 직접 수행할 가능성
- 고객·기술·인력을 사용하지 않는 통제방안
- 승인기간과 조건
- 사후 보고·변경 승인 기준
‘겸업을 허용한다’는 한 줄보다, 어떤 회사에서 어떤 역할과 거래를 어느 기간 동안 허용하는지 특정해 두는 편이 나중에 다툼을 줄입니다. 승인 범위가 모호하면 이사는 승인을 받았다고, 회사는 그 거래는 승인한 적 없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이사회가 없는 자본금 10억원 미만 소규모 회사는 상법과 정관에 따라 어떤 기관이 승인권한을 행사하는지 따로 확인합니다. 열리지도 않은 이사회 의사록을 나중에 만들어 내면 승인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새로운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가 승인 결의에 참여할 수 있는지와 정족수 계산도 확인하세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은 별도 문제입니다
경업금지 대상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도 상법 제397조의2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 기회를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면 검토 대상이 됩니다.
- 직무 중 알게 된 거래기회
-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기회
- 회사 자산·정보·인력을 이용해 발굴한 기회
- 이사회가 회사 사업으로 검토하던 고객·투자·인수기회
회사가 자금 부족으로 기회를 포기했다는 사정이 있어도 이사회에 중요사실을 공개하고 적법한 승인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위반 시 회사의 개입권
상법 제397조는 이사가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회사가 이사회 결의로 다음과 같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이사가 자기 계산으로 한 거래를 회사의 계산으로 한 것으로 봄
- 제3자 계산으로 한 거래에서 이사가 얻은 이익의 양도를 청구함
이를 흔히 회사의 개입권이라고 합니다.
다만 회사가 그 거래의 매출 전부를 조건 없이 가져가는 권리로 단순화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거래가 위반행위인지, 실제 이익이 얼마인지를 특정해야 하고 이사회 결의도 거쳐야 합니다.
개입권은 거래가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위반을 안 날이 아니라 거래일이 기준이므로, 발견한 회사는 거래일·계약·매출·비용과 이익 귀속을 바로 확인해야 합니다.
손해배상·해임·형사책임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경업금지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면 상법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회사는 다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 이사가 부담한 의무와 위반행위
- 고객·매출·기술·인력의 이동
- 회사가 실제로 잃은 이익이나 추가 비용
- 위반과 손해 사이 인과관계
- 회사의 승인·묵인 여부
- 손해를 줄이기 위해 취한 조치
경쟁사업의 총매출이나 수년간 예상매출 전부가 곧바로 회사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임 중 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임기가 정해진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중 해임하면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경업 사실을 해임 사유로 삼으려면 그 근거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업무상배임 등 형사책임도 경업 사실만으로 자동 성립하지 않습니다. 임무위배, 재산상 이익과 회사 손해, 고의 등 개별 범죄요건이 인정돼야 합니다.
퇴임 후에는 법정의무와 계약을 나눠 봅니다
상법 제397조의 재임 중 경업금지의무가 퇴임 뒤 모든 경쟁행위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퇴임 후 동종업 취업·창업을 제한하려면 다음 근거를 별도로 확인합니다.
- 임원계약·주주간계약의 경업금지약정
- 퇴직합의와 보상
- 영업비밀·비밀유지 약정
- 고객·직원 유인 금지 조항
- 재임 중 시작한 위반행위와 손해
- 퇴임 시 인수인계·자료반환 의무
대법원 2009다82244 판결은 퇴직 후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여러 사정을 종합합니다.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 이익, 근로자의 지위와 퇴직 경위, 제한 기간·지역·직종, 대가 제공 여부와 공공의 이익 등이 그 요소입니다.
따라서 ‘퇴임 후 5년간 전 세계 모든 동종업 금지’처럼 지나치게 넓은 조항은 효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보호할 고객·기술·시장 범위에 맞춰 기간·지역·업종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약정이 힘을 가집니다.
퇴임일 하루 차이로 결론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퇴임 다음 날 경쟁회사를 열었더라도, 재임 중에 고객사에 거래 이전을 권하거나 직원들에게 함께 옮기자고 약속했다면 그 부분은 재임 중 의무 위반으로 다퉈질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과 고객정보는 퇴임 뒤에도 보호됩니다
퇴임 후 경쟁업체에서 일할 자유가 인정되더라도 회사의 영업비밀을 가져가 사용할 권리까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의 영업비밀로 보호되려면 일반적으로 다음 요건이 문제됩니다.
-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음
-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음
- 비밀로 관리됨
고객명단도 판단이 갈립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연락처를 모은 것인지, 거래조건·담당자 성향·구매이력과 전략이 쌓여 있고 접근이 통제된 자료인지를 봅니다.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에 따라 침해 행위의 금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밀로 관리됨’ 요건은 회사가 평소에 증명할 자료를 갖춰 두어야 충족됩니다. 회사는 다음 관리자료를 갖춰 둡니다.
- 정보 등급과 비밀표시
- 접근권한·로그·다운로드 통제
- 비밀유지약정
- 퇴임자 계정 차단과 장비 회수
- 자료 반환·삭제 확인서
- 고객·기술자료의 생성·관리 경위
퇴임자의 개인 기기를 무단으로 열람하거나 사적 계정을 침해하면서 증거를 수집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가 위반을 발견했을 때 대응 순서
- 이사의 재임·퇴임일과 등기 상태를 확인합니다.
- 회사의 실제 영업범위와 경쟁사업을 비교합니다.
- 이사회 승인·보고·묵인 자료를 확보합니다.
- 계약·매출·고객·인력 이동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 회사 자료의 반출·사용 여부를 합법적으로 조사합니다.
- 개입권의 거래일별 1년 기간을 계산합니다.
- 손해액과 인과관계를 회계자료로 검토합니다.
- 긴급한 경우 영업비밀 침해금지·경업금지 가처분 요건을 검토합니다.
- 해임·손해배상·개입권·형사절차를 각각 구분합니다.
- 고객·직원에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비방을 하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은 증거와 청구 근거가 갖춰졌을 때 보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압박만을 목적으로 범죄를 단정하거나 거래처에 무차별로 통지하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같은 별도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사가 겸직·창업 전에 확인할 사항
- 현재 법적으로 이사 지위에 있는가
- 새 사업이 회사의 실제 영업부류와 경쟁하는가
- 회사에서 알게 된 기회·고객·기술을 이용하는가
-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이익을 얻는 구조인가
- 이사회에 모든 중요사실을 공개했는가
- 승인 범위와 조건을 의사록으로 받았는가
- 회사 인력·장비·계정·비용을 섞어 쓰지 않는가
- 퇴임·인수인계와 자료반환을 완료했는가
- 퇴임 후 경업금지·비밀유지약정이 합리적인 범위인가
- 영업비밀·개인정보·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가
이사 개인과 회사가 직접 거래하는 경우는 이사 자기거래 승인 절차를, 이사를 대표직 또는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절차는 대표이사 해임과 이사 해임의 차이에서 이어서 확인하세요.
근거·참고 자료
- 상법 제397조 (새 창에서 열림)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식 본문 인용
- 상법 제397조의2 (새 창에서 열림)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식 본문 인용
- 상법 제399조 (새 창에서 열림)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식 본문 인용
-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새 창에서 열림)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식 본문 인용
-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새 창에서 열림)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식 본문 인용
- 대법원 2009다82244 판결 (새 창에서 열림)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식 본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