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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식 1주로 회장님을 법정에 세운다? 주주가 가진 가장 무서운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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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10분 소요

“회장님,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만약 당신이 투자한 회사의 오너가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꺼내 쓰고, 알짜 사업부를 헐값에 자기 아들 회사로 넘겼다면? 주가는 반토막이 났는데 경영진은 수십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주식 게시판에 욕설을 남기거나, “더러워서 판다”며 손절매를 하고 떠납니다. 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조용히 ‘이것’을 준비합니다.

바로 주주대표소송입니다.

이 제도는 단순히 경영진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회사가 입은 손해를 경영진의 사비로 메꾸게 하고,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를 정상화시켜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주주 행동’입니다.

특히 2025년 들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상법 개정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주주대표소송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핵폭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삼성을 비롯한 거대 재벌 기업의 회장님조차 벌벌 떨게 만드는 주주대표소송의 비밀과, 당신이 가진 주식 1주가 어떻게 회사를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당신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는 진짜 이유

우리는 흔히 주가가 떨어지면 “시장이 안 좋아서”, “경기가 나빠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현저히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거버넌스(지배구조) 리스크입니다.

이사가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 개인’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 멀쩡한 회사를 분할해서 알짜 자회사만 따로 상장시키고(물적분할 후 재상장),
  • 일감을 몰아주어 대주주 일가의 개인 회사를 키워주고,
  • 회사의 기회를 유용해 사익을 편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에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주주들의 몫이 됩니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침묵합니다. 왜냐고요? 이사들을 임명한 것이 바로 그 대주주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지키는 격이죠.

회사가 스스로 이사에게 소송을 걸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법은 주주에게 “회사가 안 하면 네가 대신 해라”라고 칼을 쥐여주었습니다. 그것이 주주대표소송입니다.

1,700억 원을 물어내라 : 현대엘리베이터 사건의 충격

“설마 회장님이 진짜 돈을 물어내겠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대법원 판결은 이런 안이한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바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대표소송 사건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습니다. 금융사들에게 현대상선 주식을 사달라고 부탁하면서, 주가가 떨어지면 그 손실을 현대엘리베이터가 물어주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해운업 불황으로 현대상선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현대엘리베이터는 수천억 원의 돈을 금융사에 물어줘야 했습니다. 회사의 돈이 회장님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증발해버린 것입니다.

이에 2대 주주였던 쉰들러 홀딩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현 회장에게 1,700억 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오너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그 손해를 끝까지 추적해서 받아내겠다.”

이후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 각종 횡령 배임 사건 등에서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을 압박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5년 최대 화두 : 이사의 충실 의무, 주주로 확대될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쟁점은 바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 논란입니다.

현행 상법의 치명적 약점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이 ‘회사’라는 단어의 함정이 큽니다.

판례는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별개”라며, 대주주에게 유리하고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해도 회사 법인 자체에 손해가 없다면 이사에게 배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봐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개미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법적으로 구제받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뜨거운 개정 논의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그리고 학계에서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적분할, 합병, 공개매수 등 자본거래에서 일반 주주를 소외시키는 결정 자체가 이사의 임무 위반이 됩니다. 이는 곧 주주대표소송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재계는 “경영 판단 위축”과 “소송 남발”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2025년은 바로 이 거대한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0.01%의 기적 : 당신도 소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좋은 제도인 건 알겠는데, 나 같은 개미가 어떻게 소송을 합니까?”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맞습니다. 혼자서는 힘듭니다. 하지만 법은 생각보다 낮은 문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간 발행주식 총수의 0.01%만 보유하면 됩니다. 시가총액 1조 원짜리 회사라면 1억 원어치 주식입니다. 여전히 큰돈 같지만, 동호회나 주주 연대를 통해 모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입니다.

게다가 대법원은 주주들에게 유리한 선택권을 줬습니다. “6개월 보유 기간을 못 채웠다고? 걱정 마라. 만약 네가 가진 주식이 1%가 넘는다면 보유 기간 상관없이 바로 소송 가능하다.” (상법 제403조 일반 규정 적용)

즉, 행동주의 펀드나 큰손 개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경영진을 공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입니다.

실전 가이드: 소송을 시작하는 첫걸음, 제소 청구

주주대표소송을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법원에 소장을 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를 ‘제소 청구’라고 합니다.

제소 청구서, 무엇을 써야 하나?

제소 청구서는 특별한 양식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다음 사항은 반드시 명확하게 기재해야 합니다.

  1. 청구인: 주주인 당신의 성명과 주식 보유 현황 (주권 사본이나 잔고증명서 첨부)
  2. 피청구인: 회사의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3. 소송 대상 이사: 책임을 물을 이사의 이름
  4. 책임의 원인 사실: 이사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구체적인 육하원칙에 따라 서술
  5. 청구 취지: “위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주십시오”

이 서류는 반드시 내용증명 우편으로 발송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법정에서 “우리는 그런 요청 받은 적 없다”는 회사의 발뺌을 막을 수 있습니다.

30일의 골든타임

내용증명을 보내고 나면 30일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이 기간 동안 회사는 감사를 통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소송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이유 없다”며 거절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것입니다. 30일이 지나도록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당신에게 ‘대표소송권’이라는 칼자루가 쥐어집니다.

나홀로 소송은 그만! 승리를 위한 실전 전략

주주대표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상대는 국내 최고의 로펌을 선임해 방어막을 칠 것입니다. 맨주먹으로 덤벼서는 백전백패입니다.

1. 뭉치면 산다 (주주 연대 결성)

혼자서 0.01%를 모으기 힘들다면, 네이버 종토방, 팍스넷, 텔레그램 등을 통해 뜻을 같이하는 주주들을 모으십시오. 최근에는 ‘액트(ACT)‘나 ‘헤이홀더’ 같은 주주 행동 플랫폼 앱들이 활성화되어 있어 위임장을 모으고 인증하는 과정이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2.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라

개인이 변호사를 선임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곳이 경제개혁연대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입니다. 이들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지원하거나 직접 수행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 소송을 이끈 것도 경제개혁연대였습니다.

3. 증거 수집은 은밀하고 치밀하게

소송의 승패는 증거 싸움입니다.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공시 자료, 이사회 의사록, 언론 보도 등을 꼼꼼히 스크랩해야 합니다. 소송 제기 전 회계장부열람등사권을 행사하여 회사의 구린 구석을 파헤치는 선행 작업도 필수적입니다.

비용과 보상 : 내가 총대를 메야 하는 이유

“소송 비용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거 아니야?” “이겨봤자 돈은 회사가 다 가져가는데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

이런 걱정, 당연합니다. 이를 ‘무임승차(Free-Rider) 문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상법은 용기 있는 주주를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1. 소송 비용의 회사 청구

만약 당신이 승소한다면,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소송 비용 전액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5조). 회사가 얻은 이익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금액’을 보수로서 지급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정의를 구현하고 비용도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2. 패소하더라도 안전하다

혹시나 패소하더라도, ‘악의(회사를 해할 목적)‘가 없었다면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주주 활동의 일환으로 인정받는다면, 패소로 인한 리스크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물론 상대방 변호사 비용 부담 문제는 민사소송법에 따르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마치며 : 잠자는 주주는 먹잇감이 될 뿐이다

주식회사는 자본주의의 꽃입니다. 그리고 그 꽃을 피우는 뿌리는 주주들의 자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뿌리는 줄기와 잎(경영진)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였습니다. 영양분을 다 빨리고 시들어버리면 버려지는 존재, 그것이 개미들의 슬픈 자화상이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 바뀌고 있습니다.

주주대표소송은 당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법이 선물한 가장 날카로운 칼입니다. 이 칼을 칼집에 꽂아두고 녹슬게 놔둘지, 아니면 부당한 경영진을 향해 빼들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단 1주의 주식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그 회사의 주인입니다. 주인의 권리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낼 때, 회사는 비로소 당신을 두려워하고 존중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신이 투자한 회사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열어보십시오. 그리고 회장님이 우리 몰래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감시의 눈을 뜨십시오. 그것이 투자의 성공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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