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려준 그림을 내 작품이라고 말해도 될까?

클릭 몇 번과 몇 줄의 텍스트 입력만으로 세상에 없던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웹소설 작가는 자신의 작품 분위기에 딱 맞는 표지를 얻고, 1인 기업 대표는 근사한 로고를 순식간에 만들어냅니다.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기술 덕분입니다. 하지만 환호성 뒤편에서는 찜찜한 질문 하나가 고개를 듭니다. ‘이 그림, 정말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걸로 돈을 벌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

이 질문을 가볍게 여기고 ‘내가 만들었으니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보이지 않는 저작권 지뢰밭으로 한 걸음 들어서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한 윤리적 고민을 넘어,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과 사업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이 문제의 핵심을 지금부터 명쾌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AI 그림의 저작권, 주인을 찾아서

AI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법이 ‘저작물’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명시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인간’입니다. 법은 오직 인간만이 창의적인 생각과 감정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는 저작자가 될 수 없습니다. AI는 독자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없는 정교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마치 우리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을 때, 사진의 저작권이 카메라 제조사가 아닌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문제는 AI가 단순한 카메라를 넘어, 인간의 개입이 거의 없어 보일 정도로 창작 과정 대부분을 수행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법원의 일관된 입장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없는, 순수하게 AI가 생성한 결과물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명령어(프롬프트)가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버튼만 누른’ 수준의 결과물은 법적으로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공재’와 같은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내 것’이라는 착각이 부르는 시한폭탄

AI 그림에 대한 저작권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많은 이들이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물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AI로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경쟁사가 거의 똑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사용 중단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습니다. 원본에 대한 저작권 자체가 없으므로, 당신은 법적으로 그 캐릭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먼저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런 법적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합니다.

둘째, 사기 또는 기만 행위로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만약 AI로 생성한 그림을 ‘내가 직접 그린 창작물’이라고 속여 공모전에 출품해 수상하거나, 고가에 판매했다면 어떨까요? 이는 명백한 기망 행위에 해당하여 수상 취소는 물론,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저작권의 유무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 계약의 기본을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위험한 것은 ‘역저작권 공격’의 가능성입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AI가 어떤 이미지들을 학습했는지 아시나요? 만약 AI가 기존 작가의 저작권 있는 작품들을 무단으로 학습했고, 그 결과물이 원작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한 결과물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이 경우 원작자는 AI 회사가 아닌, 그 결과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당신에게 직접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AI 그림, 안전하게 활용하는 법적 가이드라인

그렇다면 AI 그림은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리스크를 정확히 인지하고, 몇 가지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면 AI는 여전히 강력한 창작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먼저, 당신이 사용하는 AI 서비스의 이용 약관(Terms of Service)부터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약관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의 소유권 및 상업적 이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생성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양도하며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는 반면, 다른 서비스는 비상업적 용도로만 제한하거나 특정 조건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약관은 법적 분쟁 시 당신을 보호해 줄 최소한의 근거가 되므로,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AI 생성물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마세요. 그것을 일종의 ‘초벌 그림’이나 ‘재료’라고 생각하고, 당신만의 창의적인 수정을 가해야 합니다. 포토샵과 같은 툴을 이용해 색감을 보정하고, 여러 이미지를 조합하여 새로운 구성을 만들거나, 직접 그린 그림과 합성하는 등 2차 가공을 거치는 것입니다. AI가 만든 점토 덩어리를 당신의 손으로 빚어 세상에 하나뿐인 도자기로 만드는 과정과 같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인정받으면, 그 최종 결과물은 원본과 별개의 새로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했는지, AI가 생성한 여러 결과물 중 왜 특정 이미지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떤 수정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히 기록해두세요. 이 작업 기록은 훗날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신의 ‘창작적 기여’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 자료가 될 것입니다.

창작의 패러다임 변화와 새로운 윤리

AI와 저작권의 충돌은 단순히 법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가 ‘창작’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창작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행위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유에서 새로운 유를 선별하고 조합하는’ 큐레이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아티스트의 역량은 붓을 다루는 기술뿐만 아니라, 명확한 비전을 AI에게 지시하고 그 결과물을 탁월하게 편집하는 능력까지 포함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법과 제도 역시 진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정부와 학계에서는 ‘AI 생성물’에 대한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거나, 인간의 창작적 기여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저작권과는 다른 형태의, 제한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준저작권’이나 ‘생성물 이용권’ 같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과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활용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AI를 단순히 ‘저작권 없는 공짜 이미지 공장’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입니다. 반면, AI를 창의적인 파트너로 존중하고, 그 결과물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더하려는 노력은 새로운 시대의 성공적인 크리에이터가 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AI가 던진 질문은 명확합니다. 당신은 그저 버튼을 누르는 ‘사용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지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작 감독’이 될 것인가? AI 그림의 저작권 논란은 결국 기술이 아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철학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권리를 결정할 것입니다.

법적 고지 · 면책조항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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