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100%로 세운 내 회사인데, 내 마음대로 좀 쓰면 어때?” 사업이 궤도에 오른 김 대표님은 오늘도 무심코 법인카드로 자녀의 학원비를 결제합니다. 개인적으로 급전이 필요할 땐 회사 계좌에서 돈을 빼서 쓰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1인 주주에 대표이사도 자신이니, 누구 하나 문제 삼을 사람도 없다고 믿습니다.
많은 창업자와 중소기업 대표들이 김 대표님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회사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며, 법인의 자산을 개인 자산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내 회사’라는 순진한 착각이, 몇 년 후 수억 원의 세금 폭탄과 횡령이라는 형사 책임으로 돌아오는 시한폭탄의 스위치를 누르는 행위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법인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대표이사일까요, 주주일까요?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회사는 이미 위험 신호가 켜진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법인의 소유권과 경영권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를 바로잡고, 당신의 소중한 회사를 법률적, 세무적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구체적인 방패를 제시할 것입니다.
법인과 대표, 한 몸 아닌 두 사람
많은 대표님들이 회사를 설립하는 순간, 자신과 회사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법인을 세우는 행위는 단순히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것 이상입니다. 이는 법률이 인정한 또 하나의 ‘사람’, 즉 법인격(法人格)을 탄생시키는 과정입니다. 이제 회사와 대표이사는 한 몸이 아닌, 별개의 인격체로 존재하는 두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법인을 하나의 ‘아바타’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당신(주주)은 자본금을 투입해 이 아바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대표이사)을 이 아바타의 조종사로 임명했습니다. 이제부터 아바타가 벌어들이는 돈, 아바타가 소유한 자산은 모두 아바타의 것입니다. 조종사는 아바타를 잘 운영하여 이익을 내고, 그 대가로 정해진 월급(급여)을 받을 뿐입니다. 아바타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조종사가 마음대로 꺼내 쓸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법인과 개인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이유는 바로 ‘유한책임’이라는 막강한 혜택 때문입니다. 회사가 사업에 실패해 수십억의 빚을 져도, 주주는 자신이 출자한 자본금만큼만 책임지면 됩니다. 대표이사의 개인 재산까지 채권자들이 건드릴 수 없는 강력한 방어막이 생기는 것입니다. 국가는 이 방어막을 제공하는 대신 한 가지 철칙을 요구합니다. “회사의 독립된 인격을 존중하고, 회사 자산과 개인 자산을 명확히 구분하라.” 이 규칙을 어기는 순간, 유한책임이라는 방패는 깨지고 모든 책임의 화살이 대표 개인에게 향하게 됩니다.
‘내 회사’라는 착각이 부르는 세금 폭탄
법인과 대표이사를 동일시하는 위험한 착각은 구체적으로 어떤 재앙을 불러올까요? 국세청은 ‘업무 관련성’과 ‘정당한 대가’라는 두 가지 날카로운 잣대로 법인의 모든 지출을 감시합니다. 이 잣대를 벗어나는 모든 자금 이동은 곧 세금 폭탄의 뇌관이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시한폭탄은 ‘가지급금’입니다. 가지급금이란 정당한 사유나 증빙 없이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가져다 쓴 모든 금액을 말합니다. 이는 회계상 ‘대표이사에 대한 대여금’으로 처리되는데, 국세청은 이를 ‘회사가 대표에게 이자도 제대로 안 받고 돈을 빌려준 특수관계 거래’로 봅니다. 마치 회사가 무담보 신용대출을 대표에게 해준 셈입니다. 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지급금은 세 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킵니다.
첫째, 회사는 받지도 않은 이자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법인세를 더 내야 합니다. 2025년 현재 인정이자율인 4.6%를 적용해, 회사는 매년 가지급금 잔액의 4.6%만큼을 이자수익으로 회계 처리하고 그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둘째, 회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그 대출금으로 대표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보아 은행에 지급한 이자 비용 일부를 경비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법인세 부담이 이중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이 가지급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국세청이 이를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금’으로 처분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년간 누적된 가지급금 5억 원을 끝내 갚지 못하면, 5억 원이 한꺼번에 대표의 연봉에 합산됩니다. 2025년 기준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에 달하는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폭탄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멀쩡히 운영하던 회사가 세금 때문에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무서운 시나리오입니다.
가지급금 외에도 법인카드로 자녀 학원비를 결제하거나 가족과 호화로운 여행을 가는 행위, 업무와 무관한 고가의 스포츠카를 법인 명의로 리스하는 것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은 해당 비용을 모두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하며, 동시에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로 처리해 소득세를 물립니다. 심각한 경우, 이는 세무 문제를 넘어 ‘업무상 횡령 및 배임’이라는 형사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1인 주주 회사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범죄의 피해자는 다른 주주가 아니라 ‘법인’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터진 시한폭탄, 어떻게 해체할까?
이미 가지급금이 수억 원대로 쌓여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늦었다고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세금 폭탄이 터지기 전에 뇌관을 제거할 수 있는 몇 가지 합법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각 방법에는 장단점이 뚜렷하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여 회사와 대표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대표이사가 개인 자산으로 가지급금을 상환하는 것입니다. 개인 예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처분하여 회사에 돈을 갚는 방식입니다. 가장 깔끔하고 추가적인 세금 문제도 없지만, 대표에게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대표이사의 급여나 상여금을 대폭 인상하여 그 돈으로 가지급금을 상계 처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억 원의 가지급금이 있다면, 3억 원 이상의 보너스를 책정하여 회계상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입니다. 가지급금은 해결되지만, 인상된 급여와 상여금에 대해 높은 세율의 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세금 폭탄의 종류를 바꾸는 셈이지만, 인정이자가 계속 불어나는 것을 막고 문제를 일단락 짓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회사의 이익잉여금을 활용한 ‘배당’입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이익잉여금)이 충분하다면, 주주인 대표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그 돈으로 가지급금을 갚는 것입니다. 배당소득세(2천만 원 초과 시 종합소득세 합산)가 발생하지만, 급여나 상여금에 붙는 건강보험료 등을 피할 수 있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당은 반드시 상법상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하며 이익잉여금이 없는 회사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표이사가 보유한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을 회사에 넘기고 그 대가를 받아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허권의 가치를 감정평가 받아 회사에 양도(자본화)하면, 대표는 그 대금을 받게 됩니다. 이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필요경비를 60%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동일 금액의 급여나 상여보다 세금 부담이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가치평가가 객관적이고 거래가 합법적이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으며, 국세청이 예민하게 지켜보는 영역이므로 반드시 세무 전문가의 정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투명한 시스템이 최고의 절세 전략
터진 폭탄을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폭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법인의 진짜 주인은 시스템과 규칙 그 자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대표와 회사를 모두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예방의 첫걸음은 ‘공과 사의 완벽한 분리’입니다. 오늘부터 법인 통장과 대표 개인 통장을 명확히 구분하고, 어떤 경우에도 법인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철칙을 세워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회사의 돈을 빌려야 한다면, 정식으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법에서 정한 이자율(2025년 기준 연 4.6%)에 맞춰 이자를 꼬박꼬박 회사에 지급해야 합니다. 모든 거래에 명확한 서류와 근거를 남기는 습관이 최고의 방어막이 됩니다.
더 나아가 회사의 정관과 보수 규정 등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합니다. 대표이사의 급여, 상여금, 퇴직금 지급 기준을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명시해두면,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회사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이는 가지급금이라는 비공식적인 통로를 사용할 유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합니다. 회사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투명한 규칙에 따라 운영되는 독립된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경영 철학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국세청의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질 것입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성실도 분석 시스템’은 법인과 특수관계인 간의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귀신같이 포착해냅니다.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세금을 피하려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오히려 투명한 회계 처리와 철저한 시스템 구축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절세 전략이 될 것입니다.
법인의 주인은 대표이사도, 주주도 아닙니다. 법인은 그 자체로 독립된 주인입니다. 주주는 의사결정권과 이익 분배권을 가진 권리자이며, 대표이사는 그 법인을 잘 운영하도록 위임받은 최고의 전문가이자 관리인입니다. 이 명확한 역할 구분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대표이사는 세금 폭탄의 공포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책상 위 법인카드와 개인카드를 분리하고, 회사 통장 거래 내역에 찍힌 불분명한 인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보십시오. 그 작은 행동이 10년 후에도 굳건히 서 있을 위대한 기업의 진정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