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법을 어겼다고 합니다. 직원의 작은 실수였을 수도, 아니면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과징금 통지서가 날아오고,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가 옵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법인(회사)이 책임지면 되는 것 아닌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겠지.
만약 당신이 회사의 대표이사라면, 혹은 그 업무를 직접 처리한 실무자라면, 심지어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과점주주라면, 이 생각은 당신의 인생을 뒤흔들 가장 위험한 착각이 될 수 있습니다. 법인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법인의 모든 행동 뒤에는 사람이 있고, 법은 그 사람을 결코 놓치지 않습니다. 회사의 불법행위라는 거대한 폭탄의 안전핀을, 과연 누가 쥐고 있는 걸까요?
법인, 인격 없는 책임의 주체
법률적으로 법인은 우리 같은 자연인과 똑같이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법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가상의 인격체인 셈입니다. 이 제도는 본래 주주들이 자신의 개인 재산과 회사의 재산을 명확히 분리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회사가 설령 실패하여 문을 닫더라도,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금액 이상은 책임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인은 스스로 생각하거나 행동할 수 없습니다.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로봇과 같습니다.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일 뿐, 스스로 의지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법인 명의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물건을 사고팔며, 부동산과 같은 재산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은 결국 사람, 즉 대표이사와 임원, 그리고 직원들의 구체적인 의사결정과 조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자, 법적 책임이 복잡하게 얽히는 이유입니다.
회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법인 자신이 집니다. 이는 원칙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재산으로 벌금을 내고,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죠.
하지만 법은 결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법의 칼날은 그 로봇을 조종하여 불법을 저지르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끝까지 파고듭니다.
결국 법인의 책임이라는 것은, 그 법인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책임으로 이어지는 출발선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법인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개인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법원의 판례는 점점 더 실질적인 지배 및 운영 관계를 따져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인의 행위는 곧 그 구성원의 행위라는 인식이 법 집행의 기본 원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가상의 인격체는 왜 만들어졌을까요?
앞서 말했듯, 바로 경제 활동의 촉진을 위해서입니다.
유한책임이라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누구도 선뜻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사업에 뛰어들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이 안전장치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 법 체계는 법인의 책임과는 별개로, 그 불법행위를 직접 수행했거나 지시, 또는 방관한 행위자의 개인 책임을 묻는 여러 보완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에서 법인 불법행위 책임을 이해하는 핵심 원리입니다.
회사의 잘못은 언제든 나의 잘못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는 당신이 막연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고 구체적입니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얼굴이자 지갑
대표이사는 단순히 월급을 많이 받는 최고 직급의 직원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회사의 모든 업무 집행을 책임지는 최종 결정권자이며, 대외적으로 회사의 모든 행위를 대표하는 기관 그 자체입니다. 대표이사의 결정은 곧 회사의 결정이고, 대표이사의 서명은 곧 회사의 공식적인 약속입니다.
이처럼 막중한 권한과 책임 때문에, 상법은 대표이사에게 다른 어떤 임직원보다도 무거운 두 가지 중요한 의무를 부과합니다.
첫째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입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보통의 합리적인 경영자로서 마땅히 기울여야 할 정보수집, 분석, 판단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무입니다.
둘째는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충실의무입니다.
대표이사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되지 않습니다. 오직 회사 전체의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만약 대표이사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신규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물론, 모든 경영상 실패에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면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히 비합리적인 결정이었거나,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부실한 업체와 계약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대표이사는 자신의 개인 재산으로 회사의 손해를 메워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회사의 불법행위 문제로 넘어가면 책임의 강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대표이사가 직접 불법행위를 지시하거나, 최소한 실무진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원가 절감을 위해 기준치 미달의 값싼 원자재를 사용하라고 지시했고, 그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말입니다.
이 경우, 관련 법률 위반으로 회사가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거기에 더해, 불법을 지시한 대표이사 개인 역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업무상 배임죄나 관련 행정법규 위반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회사를 위해 한 일이다라는 항변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법은 대표이사가 회사를 자신의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고 판단하여 더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해 제3자, 즉 소비자나 거래처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회사는 물론이고 대표이사 개인에게도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401조는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이사가 연대하여 배상 책임을 진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는 법인이라는 방패 뒤에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법적 책임의 화살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향하는 과녁과도 같은 위치입니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모든 경영상 결정 하나하나에 법적 위험이 없는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과 회사를 파멸의 구렁텅이에서 지켜내는 유일한 길입니다.
나는 몰랐다는 직원의 항변, 통할까?
이번에는 실무자의 입장으로 시선을 옮겨보겠습니다. 상사의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지시로, 혹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업무를 처리한 직원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입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행동했다면, 그 불법행위 책임의 1차적인 주체는 바로 그 행위를 직접 실행한 직원 자신입니다. 법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756조는 사용자책임이라는 매우 중요한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를 고용한 회사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회사가 직원의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는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손해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경쟁사 제품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허위 광고를 제작하여 온라인에 퍼뜨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로 인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경쟁사는 허위 광고를 직접 만들고 유포한 영업사원 개인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 영업사원을 고용하여 이익을 얻어온 회사에도 똑같이 사용자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회사는 나는 몰랐다, 직원이 알아서 한 일이다라고 발뺌할 수 있을까요?
우리 법원은 이를 거의 인정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직원을 선임하고 그 업무를 감독함에 있어 충분하고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직원의 업무상 잘못에 대해 거의 무한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모든 책임을 져주니 직원은 안심해도 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만약 회사가 피해자인 경쟁사에게 손해배상금을 모두 물어주었다면, 회사는 그 다음 단계로 해당 불법행위를 저지른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회사가 직원 대신 물어준 돈을 다시 직원에게 청구하여 받아내는 것입니다. 월급에서 압류가 들어올 수도 있고, 개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법원은 직원의 업무 내용, 회사의 지휘감독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회사의 기여도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직원의 책임을 일부 제한해주기도 하지만, 책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결국 직원의 불법행위는 회사와 직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연쇄 폭탄과 같습니다.
피해자는 금전적 여력이 충분한 회사와 행위를 직접 한 직원 중 누구에게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자금력이 있는 회사에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법적으로는 둘 다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부진정연대책임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피해자는 둘 중 아무나 붙잡고 손해액 전부를 달라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돈을 물어준 쪽은 다른 책임자에게 그 부담 부분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용기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양심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법적 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치입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나중에 법정에서 당신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합니다.
법인 뒤에 숨은 진짜 주인, 과점주주의 그림자
원칙적으로 주주는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가치만큼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의 원칙을 적용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식회사 제도의 가장 큰 매력이자 핵심입니다.
회사가 수백억 원의 빚을 지고 파산하더라도,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는 손실을 감수할 뿐, 자신의 개인 재산으로 회사의 빚을 갚을 의무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주식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원칙이 악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회사를 개인의 재산처럼 마음대로 주무르는 1인 주주나 소수의 가족이 지배하는 비상장 회사를 생각해 봅시다.
회삿돈을 아무런 절차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개인의 채무를 회사가 떠안게 하는 등 법인과 주주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 법원은 예외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이라는 매우 강력한 법리를 적용합니다.
이는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을 일시적으로 무시하고, 회사라는 껍데기 뒤에 숨어 실질적으로 이익을 취해온 주주에게 회사의 책임을 직접 묻는 것입니다. 법인이라는 허울을 이용하여 법을 회피하거나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히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자본금 100만 원짜리 회사를 세워놓고, 실제로는 모든 자산을 관리하며 개인 사업처럼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거래처에 수억 원의 큰 빚을 지게 되자, 회사를 폐업시키고 나는 주주일 뿐이니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때 채권자는 소송을 통해 A가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A의 개인 재산으로 회사의 빚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법리는 매우 예외적으로,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됩니다. 하지만 일단 적용되면 주주의 유한책임 원칙은 그 순간 완전히 무너집니다.
특히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주주의 책임이 더욱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세기본법은 제2차 납세의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법인이 세금을 체납하고, 법인의 재산으로도 도저히 세금을 다 낼 수 없을 때,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과점주주에게 그 부족한 세금을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강력한 제도입니다.
과점주주란 보통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면서, 회사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주를 말합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산하여 계산합니다.
세무 당국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회사가 세금을 못 내면, 그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이익을 누려 온 당신이 대신 내라는 뜻입니다.
이는 조세 채권을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이며, 수많은 중소기업 오너들이 이 규정 때문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결코 나는 투자자일 뿐인 주주라 상관없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회사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주주와 회사의 경계가 모호할수록 이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법인이라는 시스템은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지배주주를 위한 도피처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양벌규정, 범죄의 책임은 둘이 함께
회사의 직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직원 개인만 처벌받고 사건이 종결될까요? 결코 아닙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행정법규에는 양벌규정이라는 아주 특별한 조항이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벌규정이란 말 그대로 양쪽 모두를 벌한다는 뜻으로, 위법행위를 직접 저지른 행위자(임직원)뿐만 아니라 그를 고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회사)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이 규정은 왜 필요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조직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원의 불법행위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조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직원 개인만 처벌받는다면, 회사는 문제가 된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아무런 법적, 경제적 타격 없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양벌규정을 통해 회사 자체에 직접적인 금전적 타격을 줌으로써, 회사가 평소에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감독하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즉, 준법 경영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 담당자가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안전 수칙을 위반하여 작업을 지시했고, 그 결과 인명사고가 발생했다고 합시다.
이 경우, 안전관리 담당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동시에, 산업안전보건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그를 고용한 건설회사 역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무거운 벌금형을 함께 선고받게 됩니다.
이러한 양벌규정은 산업안전, 환경보호, 공정거래, 개인정보보호, 식품위생, 폐기물관리 등 기업 활동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적용됩니다.
즉, 대한민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한 양벌규정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직원의 모든 범죄에 대해 무조건 책임을 져야만 하는 걸까요?
양벌규정에도 면책 조항은 존재합니다. 회사가 해당 직원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그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인에 대한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단순히 관련 규정을 만들어 놓고 형식적인 교육을 한 번 했다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질적인 준법 교육 프로그램, 주기적인 현장 점검, 위험요인 식별 및 개선 시스템, 내부고발 채널 등이 실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재판부에 제시해야 합니다.
결국 양벌규정은 기업에게 평소에 제대로 된 준법 경영 시스템을 갖추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법적 장치인 셈입니다.
직원 한 명의 잘못이 곧바로 회사 전체의 범죄로 이어져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는 명백한 경고입니다.
이는 회사의 평판과 재정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벌규정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불법행위의 대가, 세금 폭탄과 행정 제재
법적인 처벌이 벌금이나 징역으로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고통스럽고 장기적인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세금 폭탄과 행정 제재입니다. 이 두 가지는 사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무기입니다.
국세청은 법원의 형사 판결문을 예리하게 주시합니다.
회사가 불법행위를 위해 지출한 돈, 예를 들어 공무원에게 건넨 뇌물이나 거래처에 제공한 리베이트를 회계장부에는 접대비나 판매촉진비 같은 정상적인 비용으로 위장하여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세법은 불법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지출을 사업과 관련된 정당한 비용(손금)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이렇게 부당하게 처리된 비용을 모두 찾아내어 비용 처리를 부인합니다.
이것을 세무 용어로 손금 불산입이라고 합니다.
비용 처리가 부인되면 그만큼 회사의 이익(과세소득)이 장부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과거 몇 년 치에 대해 훨씬 더 많은 법인세를 소급하여 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세금을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거운 가산세(보통 미납 세액의 10~40%)가 붙습니다.
또한, 세금을 늦게 내는 기간만큼 하루 단위로 이자 성격의 납부지연가산세도 추가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세금 폭탄의 정체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금 문제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것은 각종 행정 제재입니다.
많은 사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면허, 등록, 신고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건설업, 운수업, 요식업, 의료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만약 관련 법규를 위반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다면, 주무관청은 해당 사업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영업정지 처분입니다.
짧게는 수일부터 길게는 수개월까지 사업장 문을 닫아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매출은 0이 되지만, 임대료와 직원 월급, 관리비는 계속해서 지출되어야 합니다. 기업에게는 엄청난 고통입니다.
위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거나 반복적이라면 허가 취소나 면허 취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해당 사업을 접으라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여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부정당업자로 지정되어 일정 기간(예: 6개월~2년) 모든 공공입찰 참여 자격이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여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듭니다.
결국 불법행위의 대가는 단순히 법정에서 결정되는 벌금액이 전부가 아닙니다.
세무적인 불이익과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행정 제재가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며 회사를 순식간에 회복 불가능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책임의 사슬을 끊는 현실적 대응법
불행하게도 이미 회사 내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했거나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하거나, 섣불리 문제를 덮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상황을 최악으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침착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생존을 좌우합니다.
1단계: 증거 보전 및 사실관계 파악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 보전입니다.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메일, 메신저 대화, 회계장부, 내부 보고서, 계약서, CCTV 영상 등을 훼손 없이 그대로 확보해야 합니다. 섣불리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행위는 증거인멸 시도로 간주되어 구속 사유가 되는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객관적인 내부 조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문제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금물입니다.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2단계: 법률 전문가의 즉각적인 조력 확보
세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즉시 외부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코 회사 내부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기업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조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법적으로 어떤 점이 핵심 쟁점이 될지, 개인과 법인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여 피의자 조사에 동석하고,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조력하며, 수사기관의 강압적이거나 위법한 수사로부터 의뢰인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3단계: 진정성 있는 수사 협조와 피해 회복 노력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설픈 거짓말이나 증거 인멸 시도는 수사기관의 불신을 사서 구속 수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뿐입니다.
오히려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형량을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만약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신속하게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하고 실질적인 손해를 배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진정한 반성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 여겨져 재판부의 선처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4. 내부 징계 및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
수사 대응과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는 회사가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며, 감독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동시에, 흐트러진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됩니다.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파멸이 될 수도, 오히려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준법 경영이라는 최고의 방패
지금까지 우리는 문제가 터진 후의 수습책, 즉 사후 대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현명하고 비용 효율적인 전략은 애초에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불법행위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주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해결책, 그것이 바로 준법 경영(Compliance)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준법 경영은 단순히 두꺼운 윤리 강령 책자를 만들어 사무실에 비치해두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닙니다. 회사의 최고 경영진부터 현장의 말단 신입사원까지, 모든 구성원이 법과 규칙을 지키는 것이 결국 회사와 나 자신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준법 경영 시스템의 핵심 요소들
모든 것은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 즉 톤 앳 더 탑(Tone at the Top)에서 시작됩니다. 리더가 먼저 준법을 회사의 최우선 가치로 선언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회사의 사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내부통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라면 리베이트 방지 규정을, IT 기업이라면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건설회사라면 산업안전 및 하도급법 관련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업무 분야별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업무 절차와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이고 실질적인 준법 교육은 필수입니다. 단순히 법 조항을 나열하는 지루한 강의가 아니라, 동종업계에서 발생했던 실제 처벌 사례를 통해 직원들이 법 위반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효과적입니다.
또한, 내부의 비리나 불법행위를 안전하게 제보할 수 있는 내부고발(휘슬블로잉) 시스템을 마련하고,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며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문제가 곪아 터져 외부로 알려지기 전에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독립적인 준법감시 조직이나 담당자를 두어, 구축된 시스템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준법 경영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이러한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당장의 매출과 관련 없는 불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법적 분쟁으로 회사가 입게 될 막대한 벌금, 손해배상금, 소송 비용, 그리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업 이미지 실추와 고객 이탈 등의 유무형의 손실을 생각하면, 준법 경영 시스템 구축은 가장 확실하고 수익률 높은 투자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면 준법 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서 보듯, 이제 기업의 안전 및 보건 관리 시스템 미비는 곧바로 CEO의 형사 책임으로 직결됩니다. 또한, 전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는 기업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 유치나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준법 경영 시스템은 더 이상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법률 전문가나 전담 부서가 없는 중소기업일수록, 예측 불가능한 법적 리스크에 한 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의 방패입니다.
법인의 불법행위 책임은 더 이상 추상적인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발부된 소환장으로, 실무 직원의 얼굴로 찍힌 경찰서 포토라인으로, 때로는 과점주주의 개인 재산을 압류하는 통지서로 구체화됩니다. 회사라는 이름 뒤에 더 이상 숨을 곳은 없습니다.
문제가 발생하기를 기다렸다가 수습하는 것은 하수의 전략입니다.
진정한 고수는 애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없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듭니다. 준법 경영이라는 견고한 방패를 지금 당장 구축하십시오. 그것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당신과 당신의 회사를 지켜줄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입니다. 위기를 예방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위기관리 전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