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입 천만 원을 넘긴 프리랜서 A씨, 유튜브 채널이 급성장한 크리에이터 B씨. 요즘 이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세금입니다. 벌어들이는 돈의 30~40%가 세금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한숨 쉬다 보면, 주변에서 솔깃한 제안을 듣게 됩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세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1인 법인. 마치 성공한 사업가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많은 고소득 개인사업자에게 절세의 비법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법인세율은 개인 소득세율보다 훨씬 낮으니, 그 유혹은 강력합니다. 하지만 성급한 결정은 종종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과 복잡한 법적 문제로 돌아오곤 합니다.
이 글은 단순히 1인 법인의 장단점을 나열하지 않습니다. 법인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그 옷이 내 몸에 정말 맞는지, 그리고 옷을 입는 방법과 관리하는 법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법인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는 5분이 앞으로의 5년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1인 법인의 두 얼굴, 법적 실체와 세금 구조
1인 법인을 세운다는 것은 단순히 사업자등록증의 종류를 바꾸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는 법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격체, 즉 ‘법인(法人)’이라는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주와 사업이 하나입니다. 사업에서 번 돈은 곧 내 돈이고, 사업으로 진 빚 역시 온전히 내 빚이 됩니다. 반면, 법인은 대표 개인과는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대표는 법인의 주주이자 월급을 받는 직원이 될 뿐, 법인의 돈과 빚은 원칙적으로 대표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비유하자면, 개인사업은 내 주머니에 돈을 넣고 빼며 장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편리하지만, 주머니가 털리면 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반면 법인 설립은 ‘금고’를 하나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사업 자금은 이 금고 안에서만 움직이며, 설령 사업이 잘못되어 금고가 텅 비더라도 내 개인 주머니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한책임’이라는 법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세금 구조 역시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개인사업자는 벌어들인 소득 전체에 대해 종합소득세율(최대 45%, 2025년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법인은 법인세율(과세표준 2억 원 이하 9%)을 적용받습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 세율 차이가 바로 많은 이들이 1인 법인에 환상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달콤한 유혹 뒤에 숨은 치명적 함정
숫자만 보면 1인 법인은 완벽한 절세 도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듯, 이 달콤함 뒤에는 생각보다 쓰디쓴 함정들이 숨어있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법인 설립 후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내 회사 돈인데,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함정은 ‘이중과세’의 문제입니다. 법인이 벌어들인 돈에 대해 9%의 법인세를 냈다고 끝이 아닙니다. 대표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면 월급(급여소득)이나 배당(배당소득)의 형태로 가져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또다시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법인세 한 번, 소득세 한 번, 결국 세금을 두 번 내는 셈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가지급금’이라는 이름의 시한폭탄입니다. 가지급금이란, 정식 급여나 배당 절차 없이 대표가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가져다 쓴 돈을 말합니다. 이는 회사가 대표에게 무상으로 돈을 빌려준 것과 같습니다. 세무 당국은 이를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회사는 대표에게 이자를 받아야 할 의무가 생기고(인정이자), 이 이자는 법인의 수입으로 잡혀 법인세를 더 내게 됩니다. 심지어 회사가 은행에서 대출이라도 받았다면, 가지급금 비율만큼 대출 이자를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혹독한 불이익까지 따라옵니다.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회사의 무담보 신용대출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기에 4대 보험 부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개인사업자일 때는 지역가입자로 보험료를 냈지만, 법인의 대표가 되면 직장가입자로 전환됩니다. 이때부터는 월급을 기준으로 직원 부담분과 회사 부담분을 모두 내야 하므로, 체감하는 보험료 부담이 훨씬 커집니다. 이 외에도 투명한 회계 처리 의무, 세무 조정 비용, 각종 법적 절차 이행 등 보이지 않는 관리 비용과 시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미 터진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
만약 이미 1인 법인을 운영하면서 가지급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거나, 예상보다 높은 세금과 보험료에 당황하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문제를 방치할수록 세무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누적된 가지급금을 해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대표의 급여나 상여금을 책정하여 그만큼을 상계 처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지급금이 5천만 원이라면, 상여금을 5천만 원으로 책정해 실제로 돈을 지급하는 대신 가지급금을 없애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절차가 간편하지만, 대표 개인에게 높은 소득세와 4대 보험료가 한꺼번에 부과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배당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주주총회를 통해 이익잉여금을 대표(주주)에게 배당하고, 이 배당금으로 가지급금을 상환하는 방법입니다. 배당소득은 연 2천만 원까지는 비교적 낮은 세율(15.4%)이 적용되므로, 급여나 상여보다 세금 부담이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당 가능 이익이 충분히 있어야 하고, 정관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만약 대표 개인이 보유한 특허권이나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이 있다면, 이를 법인에 양도(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자산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세무 당국의 엄격한 검증을 받을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떤 방법이든 장단점이 명확하므로, 현재 법인의 재무 상태와 대표의 소득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세금 폭탄을 막는 근본적인 예방책과 미래
문제가 터진 뒤 수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1인 법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절세 기술이 아닌, 투명한 경영 철학에서 시작됩니다.
첫째, 법인 설립 전 반드시 ‘자금 운용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합니다. 1년간 예상되는 매출과 비용, 그리고 대표 개인에게 필요한 생활비를 구체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그 생활비를 어떤 방식으로(급여, 배당) 얼마만큼 가져올 때, 법인과 개인에게 발생하는 총 세금 부담이 가장 합리적인지 미리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 없이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법인을 세우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입니다.
둘째, 법인 통장과 개인 통장을 철저히 분리하고, 모든 거래는 법인 카드와 세금계산서 등 적격 증빙을 통해 처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어차피 내 회사인데’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지급금의 유혹에 빠지게 만듭니다. 법인의 금고와 내 주머니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는 원칙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셋째, 믿을 수 있는 세무 전문가를 단순한 기장 대리인이 아닌, 경영 파트너로 활용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예상되는 세무 리스크에 대해 조언을 구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적의 자금 운용 계획을 함께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파트너는 불필요한 세금을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미래를 전망해 볼 때, 1인 법인을 이용한 과도한 절세 시도에 대한 국세청의 감시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엄격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세무 행정 시스템은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포착해낼 수 있습니다. 이제는 편법적인 절세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운영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
1인 법인은 분명 강력한 도구입니다. 개인사업자일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업 확장, 외부 투자 유치, 그리고 합법적인 세금 관리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혜택은 법인이라는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고,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할 때만 누릴 수 있는 과실입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나는 과연 법인이라는 별도의 인격체를 운영하고 관리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없다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공부하며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성급한 결정으로 얻는 단기적 이익보다, 신중한 판단으로 지켜내는 장기적 안정이 훨씬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