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방송 후원금 미성년 자녀가 부모 몰래 보냈다면 돌려받을 수 있나?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신용카드 명세서에 눈을 의심합니다. ‘OO TV’, ‘XX 플랫폼’ 같은 낯선 이름으로 수십, 수백만 원이 결제되어 있습니다. 당황한 마음으로 자녀를 추궁하니, 아이는 울먹이며 밤사이 인기 BJ(1인 방송인)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거액을 결제했다고 실토합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 과연 이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거나, 플랫폼의 복잡한 환불 절차 앞에서 좌절하곤 합니다. 하지만 법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특히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철없는 실수가 가정의 경제적 위기로 번지기 전에, 지금 당장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후원’이라는 이름의 법률 행위, ‘증여 계약’

자녀가 BJ에게 보낸 후원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이 행위의 법적 성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넘어, 법의 눈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이는지 아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부’나 ‘후원’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명백한 ‘계약’에 해당합니다.

우리 민법에서 대가 없이 자신의 재산을 상대방에게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면 ‘증여 계약’이 성립됩니다. 아이가 BJ의 방송을 보고 감동이나 재미를 느껴 후원금을 보냈다면, 이는 증여 계약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계약의 주체가 ‘미성년자’라는 점입니다.

민법 제5조는 미성년자가 법률 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 즉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만약 부모 동의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막강한 권리를 부모와 미성년자 본인에게 부여합니다. 이는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미성년자가 불리한 계약으로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이 ‘취소권’은 매우 강력합니다. 마치 문서에 쓴 내용을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리는 것처럼,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상태로 되돌리는 효과를 가집니다. 따라서 부모 동의 없이 자녀가 거액의 후원금을 결제했다면, 원칙적으로 이 증여 계약을 취소하고 플랫폼이나 BJ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2. 환불을 가로막는 두 개의 암초

법적으로 환불받을 권리가 명확해 보이지만, 현실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플랫폼과 BJ는 순순히 돈을 내주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들은 법이 허용하는 몇 가지 예외 조항을 방패 삼아 부모의 환불 요구를 막아서려 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암초’를 미리 알지 못하면 환불이라는 항해는 좌초될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암초는 ‘속임수’입니다. 민법 제17조는 미성년자가 속임수(사술, 詐術)로써 자신을 성년자로 믿게 하거나,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것처럼 믿게 한 경우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플랫폼에 가입하며 의도적으로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성인인 것처럼 행세했다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플랫폼은 “우리는 사용자가 성인인 줄 알았고, 미성년자가 우리를 속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환불을 거부할 근거를 갖게 됩니다.

두 번째 암초는 ‘처분을 허락받은 재산’입니다. 민법 제6조에 따르면, 부모가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마음대로 처분(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용돈’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준 용돈으로 과자를 사 먹거나 게임 아이템을 사는 것까지 일일이 허락받을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만약 자녀가 자신의 용돈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로 후원금을 결제했다면, 플랫폼 측은 “부모가 자유롭게 쓰라고 준 돈으로 결제한 것이니 동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용돈의 범위를 넘어 부모의 신용카드를 몰래 사용한 경우는 다릅니다. 이는 ‘처분을 허락한 재산’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행위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모의 결제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평소 카드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므로,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두 가지 법적 함정을 어떻게 피해 가느냐가 환불 성공의 관건이 됩니다.

3. 내 돈을 되찾는 4단계 실전 전략

이제 이론을 넘어 실전으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이미 사건이 벌어졌다면, 당황해서 허둥대기보다 침착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다음의 4단계 전략은 여러분이 소중한 재산을 되찾을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속도와 정확한 기록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1단계: 증거 확보 및 내용증명 발송
가장 먼저 할 일은 모든 증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사용한 스마트폰이나 PC에서 결제 내역, 플랫폼의 후원 기록, 방송 화면 등을 모두 스크린샷으로 남겨두세요. 자녀가 미성년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다음, 플랫폼 고객센터에 이메일이나 문의 게시판을 통해 환불을 요청하는 동시에, 법적 효력이 있는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내용증명에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결제했으므로 민법 제5조에 따라 계약을 취소하고, 즉시 환불해달라’는 내용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나중에 법적 분쟁으로 갔을 때 ‘언제, 어떤 내용을 요구했는지’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2단계: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활용
플랫폼이 환불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경우, 곧바로 소송으로 가기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곳은 게임, 영상 등 콘텐츠 관련 분쟁을 중재해주는 기관으로, 소송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매우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3단계: BJ에게 직접 연락 (신중한 접근 필요)
플랫폼을 통한 해결이 더딜 때, BJ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양심적인 BJ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나 도의적 책임을 고려해 원만하게 환불에 협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정보 노출이나 추가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질 위험도 존재합니다. BJ에게 연락할 때는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법적인 환불 의무가 플랫폼과 BJ 양측에 있음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단계: 최후의 수단, 법적 대응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피해 금액이 크다면, 결국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피해 금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일반 민사소송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빠른 ‘소액사건심판’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입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법률 상담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4. 예방, 최고의 해결책이자 미래의 기준

힘겨운 과정을 거쳐 돈을 돌려받았다 해도, 상처는 남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예방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녀를 단속하는 차원을 넘어, 가족 전체의 디지털 금융 습관을 점검하고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기술적 예방: 우리 집의 ‘디지털 안전망’ 구축하기
가장 기본적인 예방은 기술적 장치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설정에서 자녀 계정에 대한 ‘자녀보호기능(Parental Controls)’을 반드시 설정하세요. 앱 내 결제 시 항상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부모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플랫폼에 저장해두는 것은 아이에게 현금이 든 지갑을 통째로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결제가 필요할 때마다 직접 입력하는 습관을 들이고, 자녀에게는 일정 금액이 충전된 선불카드나 용돈 전용 체크카드를 주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소통을 통한 예방: 돈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
기술적 통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와의 꾸준한 대화입니다. 화면 터치 한 번으로 결제되는 디지털 화폐가 실제 돈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 부모님이 힘들게 번 돈의 가치를 꾸준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실수를 저질렀을 때 혼날까 봐 숨기기보다 부모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최고의 예방책입니다.

미래 전망: 플랫폼의 책임 강화
현재는 부모가 자녀의 결제 행위를 사후에 취소하고 환불을 요청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과 제도가 플랫폼에 더 큰 사전 예방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온라인 플랫폼이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더욱 엄격한 연령 확인 절차를 도입하고, 미성년자 대상의 결제 유도 광고를 제한하는 등의 변화가 국내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에는 ‘부모가 왜 관리를 소홀히 했냐’는 물음보다 ‘플랫폼이 왜 미성년자 결제를 막지 못했냐’는 책임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미성년 자녀의 무분별한 온라인 결제는 더 이상 일부 가정의 특수한 문제가 아닙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위험이 되었습니다. 법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를 제공하지만, 그 울타리를 튼튼하게 세우고 활용하는 것은 결국 부모의 몫입니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이번 기회를 통해 자녀와 디지털 금융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우리 가족만의 건강한 디지털 사용 규칙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야말로 돈을 되찾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 가장 확실한 예방이자 투자일 것입니다.

법적 고지 · 면책조항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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