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이사 그리고 감사 역할의 명확한 차이

“이 정도는 괜찮겠지.” 많은 대표님이 회삿돈을 쓰며 한 번쯤 하는 생각입니다. 내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 사실상 내 돈과 다름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감사로 앉히고, 중요한 의사결정도 동업자와 식사 자리에서 구두로 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미래에 발목을 잡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법인이라는 시스템은 ‘내 것’인 동시에 ‘내가 아닌 것’입니다. 이 미묘한 경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실하게 일궈온 사업이 한순간에 법적 분쟁과 세금 문제로 휘청일 수 있습니다. 주주, 이사, 감사는 단순히 서류에 적는 직책이 아닙니다. 각각의 역할과 책임, 권한이 법으로 명확히 구분된, 회사를 움직이는 세 개의 핵심 톱니바퀴입니다.

이 톱니바퀴들이 제자리에서 맞물려 돌아갈 때 회사는 순항하지만, 하나라도 삐걱거리거나 역할을 착각하는 순간, 배는 생각지도 못한 암초에 부딪히게 됩니다. 지금부터 왜 우리가 이 세 가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지, 그리고 역할 혼동이 어떤 재앙을 불러오는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기 쉽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주주, 이사, 감사: 한 배를 탄 세 명의 동승자

회사를 거대한 배에 비유해 봅시다. 이 배의 주인, 즉 선주는 바로 주주(株主)입니다. 주주는 배를 건조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댄 사람입니다. 배가 성공적으로 항해하여 얻는 이익(배당금)을 나눠 가질 권리가 있고, 이 배를 화물선으로 쓸지, 여객선으로 쓸지 같은 중대한 방향을 결정(주주총회)합니다. 하지만 선주가 매일 직접 배를 몰지는 않습니다.

배를 실제로 운항하는 사람은 선장과 항해사, 즉 이사(理事)입니다. 이사들은 주주(선주)로부터 배의 운항을 위임받은 전문가 집단입니다. 선장인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여, 어떤 항로로 갈지, 선원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 일상적인 경영 활동을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재산을 다루듯 신중하게 배를 운항해야 할 의무, 즉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집니다.

마지막으로 감사(監事)는 누구일까요? 감사는 선주가 고용한 감독관과 같습니다. 선장과 항해사(이사)들이 배를 제대로 운항하는지, 항해일지를 조작하거나 회사 물품을 빼돌리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주주(선주)에게 보고하여 배가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침몰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처럼 주주는 회사의 ‘소유자’, 이사는 ‘경영자’, 감사는 ‘감독자’로서 명확히 역할이 나뉩니다. 상법은 이 세 주체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며 회사를 투명하고 건강하게 운영하도록 설계했습니다. 1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대표이사는 주주인 ‘나’와 경영자인 ‘나’라는 두 개의 법적 인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역할의 혼동이 부르는 법률 리스크와 세금 폭탄

“어차피 내 돈이 내 돈인데.” 이 안일한 생각이 모든 문제의 시작입니다. 주주와 이사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가장 흔한 문제는 바로 ‘가지급금’입니다. 대표이사가 개인적인 용도로 회삿돈을 가져다 쓰는 순간, 법적으로는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돈을 빌려준 셈이 됩니다. 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회사의 무담보 신용대출과 같습니다.

세무 당국은 이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2025년 현재 인정이자율인 4.6%에 해당하는 이자를 회사의 수익으로 간주하여 법인세를 부과합니다. 회사가 실제로 이자를 받지 않았더라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또한, 회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가지급금 비율만큼의 이자 비용을 경비로 인정해주지 않아 법인세 부담은 이중으로 늘어납니다. 만약 대표이사가 임기 내에 이 돈을 갚지 못하고 퇴직하거나 사망하면, 이 가지급금은 퇴직금이나 상속재산과 상계 처리되어 결국 대표이사 개인과 그 가족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법률적 위험은 더욱 심각합니다. 대표이사가 회삿돈을 개인적인 부동산 투자나 자녀 유학 자금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내가 100% 지분을 가진 1인 주주라 할지라도 법인격은 엄연히 독립되어 있으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이 문제로 곤욕을 치르곤 합니다.

감사 역할의 부재는 위험을 증폭시킵니다. 배우자나 자녀를 형식적으로 감사 자리에 앉혀두고 이사회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관행은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이사의 결정으로 회사가 큰 손해를 입었을 때,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감사는 이사와 연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름만 빌려준 것뿐이라는 항변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뒤엉킨 실타래 풀기: 역할 재정립의 첫걸음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면 더 늦기 전에 해결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자의 역할을 법과 절차에 맞게 명확히 재정립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는 것입니다. 말로만 하는 회의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첫째,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반드시 구분하여 개최하고, 모든 회의에 대해 의사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자본금 10억 미만의 소규모 회사라도 이는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임원의 보수를 결정하는 것은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만약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연봉을 임의로 결정했다면, 그 결정은 무효가 될 수 있고, 지급된 보수는 세무상 경비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의사록은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니라, 우리 회사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운영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둘째, 가지급금 문제 해결에 즉시 착수해야 합니다. 대표이사의 개인 자산으로 상환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입니다. 여의치 않다면, 대표이사의 급여나 상여금, 배당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때, 급여나 상여를 과도하게 책정하면 또 다른 세금 문제를 낳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정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주식 취득이나 특허 자본화 같은 방법도 거론되지만, 이는 매우 정교한 세무 전략이 필요하므로 섣불리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 등재된 가족 감사가 있다면, 그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지시키고 실제 감독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회사의 재무 상태와 이사의 업무 집행을 보고받고, 그 내용을 회의록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만약 회사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 사외이사나 전문성을 갖춘 상근 감사를 두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보험입니다.

투명한 지배구조: 100년 기업의 초석

주주, 이사, 감사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 세무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 아닙니다. 이는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회사”에서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투명한 지배구조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합니다.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을 받거나, 혹은 회사를 매각(M&A)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검토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지배구조의 건전성입니다. 주주총회 의사록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회사에 선뜻 거액을 투자할 투자자는 없습니다.

2025년을 넘어 미래의 경영 환경은 더욱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강조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돈을 잘 버는 회사를 넘어, 어떻게 버는지 그 과정의 정당성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척도가 되었습니다. 주주, 이사, 감사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서로 견제하게 하는 것은 이 G(Governance, 지배구조)의 가장 기본입니다.

작은 회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작을 때부터 원칙을 세우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의 정관과 법인 등기부등본을 다시 한번 꺼내 보십시오. 회사의 중요한 결정들이 어떤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지, 각 직책의 권한과 책임은 무엇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10년, 20년, 나아가 100년을 내다보는 기업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배의 주인(주주)이 목적지를 정하고, 유능한 선장(이사)이 그곳을 향해 배를 몰며, 깐깐한 감독관(감사)이 항해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지켜보는 것. 이 당연한 원칙이 당신의 회사를 법률이라는 거친 파도로부터 지켜주고, 세금이라는 암초를 피해 순항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법적 고지 · 면책조항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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