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뜻을 모아 사회에 기여하고자 법인을 세웠는데, 어느 날 세무서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세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망연자실하는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돈 벌려고 한 게 아닌데, 왜 영리법인처럼 세금을 내라는 겁니까?” 혹은 “비영리법인이 카페나 굿즈 판매 같은 수익 사업을 해도 괜찮은 건가요?” 이런 질문들은 법인의 본질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나옵니다.
많은 이들이 ‘비영리’라는 단어에서 ‘수익 제로’나 ‘완전 면세’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착각입니다.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을 나누는 기준은 돈을 버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그 돈을 ‘어디에 쓰도록 설계되었는가’라는 근본적인 목적의 차이입니다. 이 설계도를 잘못 이해하고 첫 단추를 꿰면, 선한 의도는 세금 폭탄과 법적 분쟁이라는 혹독한 대가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두 법인의 사전적 정의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이 사회적 기업가든, 협동조합 이사장이든, 사단법인 설립을 꿈꾸는 활동가든, 반드시 알아야 할 두 법인의 결정적 차이를 파헤칠 것입니다. 이름 뒤에 숨겨진 세금의 함정을 분석하고, 이미 꼬여버린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방법과 앞으로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근본적인 예방책까지 명쾌하게 제시합니다.
무엇이 다른가, 목적이라는 DNA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두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타고난 유전자(DNA)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둘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이익 분배 가능성’에 있습니다. 법인이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발생한 이익을 구성원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영리법인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이윤 추구와 주주에 대한 이익 배당입니다. 주식회사가 대표적이죠. 회사가 벌어들인 돈은 사업에 재투자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이라는 형태로 돌아갑니다. 법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정교하게 설계된 이익 창출 기계와 같습니다.
반면 비영리법인은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등 영리가 아닌 공익적 사업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비영리법인도 얼마든지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장학 재단이 임대 수익을 올리거나, 사회복지법인이 카페를 운영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납니다. 비영리법인은 수익 사업으로 아무리 큰돈을 벌어도 그 이익을 법인의 구성원(사원, 이사 등)에게 분배할 수 없습니다. 발생한 모든 수익은 반드시 정관에 명시된 본래의 공익적 목적, 즉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재투자되어야만 합니다. 장학 재단이 번 임대료는 오로지 장학금 지급이나 재단 운영에만 써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비영리법인의 철칙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이름만 비영리, 세금 폭탄의 진실
“비영리니까 세금은 없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국세청은 법인의 이름표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봅니다. 비영리법인이 법의 테두리를 조금이라도 벗어나 영리법인처럼 행동하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선의는 무시된 채 가혹한 세금 폭탄이 터질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비영리법인의 모든 활동이 면세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비영리법인의 회계는 두 개의 독립된 지갑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본래의 공익 활동을 위한 ‘고유목적사업’ 지갑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 창출을 위한 ‘수익사업’ 지갑입니다. 그리고 세법은 이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영리법인과 똑같은 법인세를 부과합니다.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카페, 임대업, 출판 사업 등은 모두 과세 대상입니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폭탄은 ‘증여세’라는 이름으로 숨어있습니다. 만약 비영리법인의 재산이 공익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국세청은 이를 ‘공익법인이 재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예를 들어, 법인 돈으로 설립자나 그 가족의 생활비를 대주거나,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급여를 지급하거나, 관련 없는 개인 사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행위 등이 모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 해당 금액 전체에 대해 최대 50%에 달하는 엄청난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1억 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면, 가산세까지 포함해 5천만 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세금 추징을 넘어, 비영리법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치명타가 됩니다.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투명한 회계 시스템 없이 좋은 뜻만으로 운영되다가, 세무조사 한 번에 문을 닫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잘못 낀 첫 단추, 바로잡는 법
이미 법인 운영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면, 더 늦기 전에 즉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잘못 낀 첫 단추를 해결하지 않고 계속 옷을 입으려 하면 결국 모든 것이 망가질 뿐입니다. 다행히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첫째, 정관과 실제 사업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합니다.
정관은 법인의 헌법입니다.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과 실제 수행하는 사업이 다르다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법인의 정관을 꺼내 고유목적사업과 수익사업 조항을 꼼꼼히 살펴보십시오. 만약 실제 사업 내용이 정관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총회 결의를 거쳐 정관을 변경하고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은 법인 운영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미래에 발생할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입니다.
둘째, 회계 시스템을 완벽하게 분리하고 투명화해야 합니다.
앞서 강조했듯, 고유목적사업 회계와 수익사업 회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각 사업별로 별도의 통장과 장부를 사용하고, 자금의 이동은 반드시 명확한 근거와 절차에 따라 기록해야 합니다. 특히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고유목적사업으로 이전(전출)할 때는, 이사회 회의록과 같은 공식적인 증빙을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이는 국세청에 “우리는 벌어들인 돈을 법이 정한 목적에 맞게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셋째, 부적절하게 사용된 자금을 즉시 정상화해야 합니다.
만약 과거에 법인 자금이 목적 외로 사용된 사실이 있다면, 이를 덮어두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대표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면 법인에 즉시 반납하고, 과도한 급여가 지급되었다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차액을 환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자진해서 수정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나중에 더 큰 가산세 폭탄을 맞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투명성이 최고의 방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애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입니다. 비영리법인의 지속가능성은 선한 의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공개할 수 있는 ‘투명성’에서 나옵니다. 투명성은 외부의 공격과 내부의 부정을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입니다. 법인카드 사용 규정, 경비 지출 품의 절차, 외부 용역 계약 절차 등 돈의 흐름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명확한 규칙을 세워야 합니다. 특정인 한 명의 결정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검토와 승인을 거치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직원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선의를 가진 사람도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조직 전체를 시스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사회의 실질적인 기능입니다. 한국의 많은 비영리법인에서 이사회는 형식적인 거수기로 전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사회는 법인의 재산 상황을 감독하고, 대표의 업무 집행을 감시하며,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적인 견제 장치입니다. 이사들이 정기적으로 회의에 참석해 재무제표를 검토하고, 주요 사업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설립자나 대표의 전횡을 막고, 법인이 사유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앞으로 비영리법인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요구 수준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입니다. 국세청의 공익법인 공시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고, 시민들의 감시 수준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입니다. 이제 비영리법인은 ‘착한 일’을 하는 조직을 넘어, ‘투명하고 유능하게’ 운영되는 조직이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영리법인의 경영 효율성과 비영리법인의 공익적 가치를 모두 갖춘, 새로운 차원의 조직만이 미래의 신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은 단순히 세법상의 구분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존재 이유와 운영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정체성입니다. 당신이 만들고 이끌어가는 조직의 DNA는 무엇입니까?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사회적 목적을 위해 다시 쏟아붓기 위한 것입니까?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때, 당신의 조직은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인의 설립 서류를 다시 한번 꺼내 보십시오. 그 안에 담긴 목적이야말로 당신의 조직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유일한 나침반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