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주변에서는 ‘사장님’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분명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통장에 남는 돈은 왜 제자리걸음일까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만 되면 수천만 원, 심지어 억대의 세금 고지서에 한숨부터 나옵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세금이 줄어든다던데….’ 막연한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복잡한 절차와 막연한 두려움에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성실하게 사업을 키워온 당신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복병은 경쟁사가 아니라, 바로 ‘세금’일 수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라는 틀에 갇혀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면, 이 글을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업 형태를 바꾸는 기술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신의 사업을 10년, 20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생존 전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과 법인, 출발선부터 다른 두 선수
많은 분이 법인 전환을 단순히 ‘간판’을 바꿔 다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는 완전히 새로운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은 법률과 세법의 세계에서 전혀 다른 존재로 취급됩니다. 이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모든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개인사업자는 말 그대로 ‘사업하는 개인’입니다. 사업체의 모든 자산과 부채는 사장님 개인의 것입니다. 가게 금고의 돈과 사장님 주머니의 돈이 법적으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반면, 법인은 주주(사장)와는 별개의 인격을 가진 ‘법적 인간(法人)’입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그 돈은 사장님 돈이 아닌, ‘법인’의 돈이 됩니다. 사장님은 법인으로부터 월급(급여)이나 배당을 받아야 비로소 개인의 돈이 됩니다.
이 차이는 ‘책임의 범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상 발생한 모든 빚에 대해 개인의 전 재산으로 무한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집까지 팔아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법인은 다릅니다. 주주는 자신이 출자한 지분만큼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을 집니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주주는 투자한 돈만 잃을 뿐 개인 재산은 지킬 수 있습니다. 마치 방화벽처럼 법인이라는 존재가 사업의 위험으로부터 사장님 개인을 보호해주는 셈입니다.
개인사업의 유리천장, 성장의 발목을 잡는 세금
사업 초기에는 단순하고 편리한 개인사업자 형태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사업이 성장하고 이익이 커질수록, 개인사업의 구조는 성장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됩니다. 특히 세금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종합소득세 누진세율’이라는 함정입니다. 개인사업자의 소득은 근로소득, 이자소득 등 다른 개인 소득과 합산되어 종합소득세가 부과됩니다. 2025년 현재,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면 최고 4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실제 부담은 49.5%에 육박합니다.辛苦롭게 번 돈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법인세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구조도 단순합니다. 과세표준 2억 원까지는 9%, 2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9~24%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똑같이 3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개인사업자는 다른 소득이 없다고 해도 약 9,5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법인은 약 4,000만 원의 법인세를 냅니다. 물론 법인 돈을 개인이 가져오려면 급여나 배당에 대한 소득세가 추가로 발생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세율 구조 자체가 법인에 훨씬 유리합니다.
세금뿐만이 아닙니다. 대외 신용도와 자금 조달 능력에서도 차이가 벌어집니다. 정부 정책 자금, 은행 대출, 외부 투자 유치 등 규모 있는 자금을 조달할 때, 법인은 개인사업자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사업을 확장하거나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법인 전환이라는 스위치, 언제 어떻게 누를까?
문제를 알았다면 이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법인 전환은 복잡하지만, 제대로 된 시점에 올바른 방법으로 실행한다면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전환의 스위치를 눌러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세금 부담’입니다. 보통 연간 순이익이 1억 5천만 원을 넘어 종합소득세율 38% 구간에 진입하기 시작하면 법인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세금 차액으로 법인 운영에 따르는 추가 비용(세무 기장료, 등기 비용 등)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또한, 외부 투자 유치나 가업 승계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익 규모와 상관없이 미리 법인으로 전환하여 기틀을 닦아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전환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각 방법의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내 사업에 가장 유리한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 일반 사업양수도: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새로 법인을 설립한 뒤, 개인사업자의 자산과 부채를 법인에 넘기는(파는) 방식입니다. 절차가 단순한 만큼, 부동산 등 자산을 넘길 때 양도소득세나 취득세가 즉시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포괄 양수도: 개인사업체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말 그대로 ‘통째로’ 법인에 넘기는 방식입니다. 사업의 동일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산 가치에 따라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세감면 현물출자: 가장 절세 효과가 크지만, 절차는 가장 까다로운 방법입니다. 개인사업자가 사업용 자산을 ‘현물’로 법인에 출자(투자)하고, 그 대가로 법인의 주식을 받는 방식입니다.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를 당장 내지 않고 나중에 해당 주식을 팔 때까지 미뤄주는 ‘이월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억 원의 세금을 합법적으로 이연시키는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법원의 인가와 감정평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법인,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법인 전환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 지팡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새로운 경영의 시작입니다. 간판만 바꾼 채 개인사업자 시절처럼 자금을 운용한다면, ‘가지급금’이라는 더 큰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가지급금이란, 법인의 돈을 대표이사가 정해진 절차나 명분 없이 개인적으로 가져다 쓴 돈을 의미합니다. 법인 통장을 개인 통장처럼 사용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세법은 이를 대표이사가 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보고, 매년 4.6%의 인정이자를 계산해 대표이사의 소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부과합니다. 또한, 가지급금만큼 은행 이자 비용을 인정해주지 않아 법인세 부담까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법인 전환과 동시에 대표이사의 ‘경영 마인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회사 돈과 내 돈을 철저히 분리하고, 모든 자금 거래는 급여, 배당, 상여금 등 명확한 증빙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기적인 주주총회와 이사회 운영 등 법인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회사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잠재적인 법적, 세무적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앞으로 정부의 세무 감시는 더욱 정교해질 것입니다. 특히 고소득 개인사업자와 신규 법인의 자금 흐름은 국세청의 주요 관심 대상입니다. 과거의 주먹구구식 경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습니다. 법인 전환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사업을 개인의 손을 떠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기업’으로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개인사업자로 남을 것인가, 법인으로 도약할 것인가. 이는 단순히 세금을 얼마 더 내고 덜 내느냐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당신의 사업이 감당할 수 있는 성장의 크기를 결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 속에서 얼마나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재무제표를 펼쳐놓고, 세무 전문가와 함께 당신의 사업이 나아갈 다음 단계를 진지하게 설계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후회하기엔, 당신이 땀 흘려 이룬 성과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