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상호 정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할 규칙 3가지

가슴 뛰는 창업의 순간, 사업의 비전과 철학을 담은 멋진 이름을 짓고 사업자등록까지 마쳤습니다. 이제 힘차게 나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어느 날, 내용증명 우편물 하나가 도착합니다. “귀사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당사의 상표권을 침해하므로 즉각 사용을 중단하고, 그간의 손해를 배상하십시오.”

설마 하는 이야기 같지만, 법인 설립 단계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비극입니다. 회사 이름은 단순히 부르기 좋은 브랜드가 아닙니다. 그것은 법률과 세무의 세계에서 당신의 회사를 증명하는 유일한 ‘주민등록증’과 같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공들여 쌓은 사업 전체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끔찍한 비극을 막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이드입니다.

법인 상호, 단순한 이름이 아닌 법적 권리

법인 상호, 즉 회사의 이름은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상법에 따라 등기소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법적인 보호와 구속을 받는 엄연한 법률 용어입니다. 이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법적 분쟁의 주체가 됩니다. 따라서 이름을 짓는 행위는 단순한 작명이 아닌, 회사의 법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첫걸음입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여기서 첫 번째 실수를 저지릅니다. 상호 등기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등기소에서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쉽게 등록이 되니, 법적인 검토가 끝났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호 등기는 ‘이 주소에 당신이 집을 지어도 좋다’는 최소한의 허가일 뿐, 그 집이 태풍에 안전한지, 다른 사람의 땅을 침범하지 않았는지는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상법상 등기 가능한 이름과,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등 다른 법률까지 모두 고려한 ‘안전한 이름’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이 차이를 무시했을 때, 당신의 사업은 예고 없이 날아드는 법률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이름 하나가 부르는 세 가지 재앙

상호를 잘못 정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복합적입니다. 단순히 이름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시간, 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업 기회비용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재앙’에 가깝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동일 상호로 인한 ‘등기 반려’와 사업 지연입니다.
상법 제22조는 ‘누구든지 부정한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특히 같은 특별시, 광역시, 시 또는 군에서는 동종 영업을 위해 다른 사람이 이미 등기한 상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관할 등기소에 이미 같은 이름의 회사가 있다면, 당신의 법인 설립 등기 신청은 그 자리에서 반려됩니다. 이는 마치 공들여 준비한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로 인해 사업자등록, 통장 개설, 투자 계약 등 모든 후속 절차가 중단되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둘째, 오인 가능한 상호로 인한 ‘시정명령’과 과태료 폭탄입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 오해할 만한 이름(예: 주식회사 한국주택기금), 혹은 특정 업종으로 허가받지 않았음에도 해당 업종을 암시하는 이름(예: 금융업 허가 없이 ‘캐피탈’, ‘파이낸셜’ 사용)은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따라 제재를 받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는 회사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발생시키는 주범입니다.

셋째, 가장 치명적인 ‘상표권 침해’ 소송과 손해배상입니다.
법인 상호 등기와 상표 등록은 완전히 별개의 제도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등기소에서 상호 등록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그 이름에 대한 독점적 권리가 생긴 것이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사용하려는 이름이 타인이 이미 ‘상표’로 등록해두었다면, 당신은 상표권 침해자가 됩니다. 이 경우 상표권자는 상호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 그동안 당신이 그 이름으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수년간 일군 브랜드, 인테리어, 광고물, 제품 포장까지 모두 폐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으며, 배상액은 수억 원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잘못된 이름,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

만약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면, 좌절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신속하고 전략적인 대응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유형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다르므로, 현재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아래의 해결책을 따라야 합니다.

1. 등기가 반려된 경우: ‘상호 변경’이 유일한 해답
관할 등기소에 동일한 상호가 존재하여 등기가 반려되었다면, 미련을 버리고 즉시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 합니다. 기존 이름에 집착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사업 전체를 멈추게 하는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새로운 후보 이름 여러 개를 준비하여, 이번에는 아래 ‘예방책’ 섹션에서 설명할 절차에 따라 철저히 사전 검증을 거친 후 등기를 재신청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변호사나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2.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신속한 이행’과 재발 방지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면, 이의를 제기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즉각 이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는 법적인 문제를 넘어 회사의 대외 신뢰도와 직결됩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고, 상호 변경 등기를 마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비용은 안타깝지만, 사업 초기에 겪는 값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향후 모든 법적 절차를 더욱 신중하게 진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3. 상표권 침해 경고를 받은 경우: ‘전문가 상담’이 최우선
내용증명 등을 통해 상표권 침해 경고를 받았다면, 절대 임의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즉시 상표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리사나 변호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전문가는 상대방의 상표권이 유효한지, 내 상호가 정말 침해에 해당하는지, 선사용권 등 방어할 논리는 없는지 법리적으로 검토해 줄 것입니다. 상담 결과에 따라 상대방과 라이선스 계약을 협상하거나, 불가피하다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리브랜딩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은 소송으로 비화되어 훨씬 큰 피해를 낳을 뿐입니다.

실패하지 않는 상호 작명을 위한 3단계 철벽 시스템

모든 법률 문제가 그렇듯, 최선의 해결책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법인 상호를 정할 때 아래의 3단계 검증 시스템만 따른다면, 앞서 언급한 모든 재앙을 99% 피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택이 아닌, 모든 창업가의 필수 의무 사항입니다.

1단계: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상호 검색’
가장 기본입니다. 먼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 접속하여 법인 등기 메뉴의 ‘상호 찾기’ 기능을 활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체 등기소’가 아닌, 내가 법인을 설립할 ‘관할 등기소’를 정확히 선택하고 검색하는 것입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구와 서초구는 관할이 다릅니다. 이 단계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여 1차적인 위험을 걸러냅니다.

2단계: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서 ‘상표 검색’
이것이 핵심입니다. 상호 검색을 통과했더라도,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정보넷 키프리스(www.kipris.or.kr)에서 반드시 상표 검색을 해야 합니다. 내가 사용하려는 이름이 어떤 상품 분류(예: 35류 – 광고업, 41류 – 교육업)에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이름이라도 내가 하려는 사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 등록되어 있다면 사용 가능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다면 매우 위험합니다. 검색이 어렵다면 초기 단계부터 변리사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3단계: 법인 설립과 동시에 ‘상표 출원’
최종 방어선이자 가장 강력한 공격 무기입니다. 안전한 이름을 찾았다면, 법인 설립 등기를 신청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상표 출원을 진행해야 합니다. 상표권은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선출원주의를 따릅니다. 내가 열심히 브랜드를 키워놓았는데, 다른 사람이 그 이름을 가로채 상표로 등록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상표 등록까지는 약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출원을 해두면 그 시점부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깁니다. 이는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드는 ‘지출’이 아니라, 수십억 원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회사의 이름은 대표의 꿈과 비전을 담은 첫 번째 자산입니다. 하지만 그 꿈이 법률이라는 단단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깨져서는 안 됩니다. 감성과 느낌만으로 이름을 정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이름 하나를 짓더라도, 등기소와 특허청 사이트를 넘나들며 법적 리스크를 꼼꼼히 확인하는 치밀함이 필요합니다.

지금 소개한 3단계 검증 시스템은 복잡하고 귀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 초기의 몇 시간, 그리고 약간의 전문가 자문 비용은, 훗날 겪을 수 있는 수년간의 법적 분쟁과 수억 원의 손해배상, 그리고 사업 전체를 잃을 위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의 위대한 여정이 첫걸음부터 단단한 법적 기반 위에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법적 고지 · 면책조항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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