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가족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김 대표. 그는 무심코 지갑에서 법인카드를 꺼내 결제합니다. ‘회사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직원들과의 회식 후, 팀장은 법인카드로 스크린 골프 비용을 계산합니다. ‘팀 단합을 위한 거니까 업무의 연장선이야.’
많은 대표와 임직원들이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회사 경비와 개인 지출의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죠. 하지만 그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통지서나 경찰의 출석요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이것은 단순한 회계 실수가 아니라,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세금 폭탄’과 ‘횡령죄’라는 두 개의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위험한 습관입니다.
H2. 업무 관련성, 애매함의 경계
법인카드 사적 사용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업무 관련성’입니다. 법인카드는 말 그대로 법인의 사업 활동을 위해 발급된 카드입니다. 따라서 법인카드로 결제된 모든 비용은 회사의 매출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이 존재합니다.
이것을 자동차에 비유해볼까요? 법인카드는 회사가 업무용으로 제공한 ‘트럭’과 같습니다. 이 트럭은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사업에 필요한 자재를 실어 나르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트럭을 개인적인 이삿짐을 나르거나 주말에 가족과 캠핑을 가는 데 사용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목적 외 사용이 됩니다. 법인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의 수익 창출 활동과 무관한 개인적인 식사, 쇼핑, 여가 활동에 사용하는 순간, 그 본질적인 목적을 위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내 회사인데 내 마음대로 쓰면 안 되나?’라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 주식회사와 대표이사는 완전히 별개의 인격체입니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자금을 위임받아 관리하는 ‘관리인’일 뿐, 소유주가 아닙니다. 이 법률적 구분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H2. 세금 폭탄과 횡령죄, 두 개의 시한폭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도 별일 없었다는 경험담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국세청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여, 주말이나 공휴일 사용 내역, 백화점·골프장·피부과 등 사업과 무관해 보이는 업종에서의 결제 내역을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문제가 발각되는 순간, 회사는 세무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폭탄을 동시에 맞게 됩니다.
첫 번째 폭탄은 ‘세금 폭탄’입니다. 국세청은 사적으로 사용된 법인카드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김 대표가 법인카드로 1,0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세무조사 시 이 1,000만 원은 비용 불인정 처리됩니다. 그 결과 회사의 이익이 1,000만 원 늘어난 것으로 간주되어, 그에 대한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국세청은 이 1,000만 원을 회사가 김 대표에게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봅니다. 김 대표는 졸지에 1,000만 원의 추가 소득이 생긴 셈이 되어, 높은 세율의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법인세와 소득세, 그리고 각종 가산세까지 더해지면 원래 사용했던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토해내야 하는,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이 터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 폭탄은 더욱 치명적인 ‘업무상 횡령죄’입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회사 자산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이므로,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횡령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는 ‘불법영득의사’, 즉 회사 돈을 자기 것처럼 쓰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보다는 상습적이고 계획적인 사적 사용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유죄 판결 시 벌금형은 물론, 금액이 클 경우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으며, 이는 경영인에게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됩니다.
H2. 이미 쓴 돈, 되돌리는 방법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지출 내역을 발견했다면, 세무조사 통지서를 받기 전에 서둘러 바로잡아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사적으로 사용한 금액을 ‘가지급금’으로 처리하고 개인이 회사에 다시 갚는 것입니다. 가지급금이란, 실제 현금 지출은 있었지만 거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거래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아 임시로 처리하는 계정입니다. 즉,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잠시 빌려 쓴 것으로 회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해당 금액을 회사에 입금하면 회계상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회사 돈을 빌렸으므로, 법에서 정한 이자율(2025년 현재 4.6%)에 따른 이자를 계산하여 회사에 함께 납부해야 합니다. 만약 이자를 내지 않으면, 그 이자만큼을 또다시 대표이사의 상여로 처리하여 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소액이고 단기간이라면 이 방법이 가장 깔끔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해당 금액을 개인의 ‘급여’나 ‘상여금’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즉, 사적으로 사용한 금액만큼 월급이나 보너스를 더 받은 것으로 회계 장부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가지급금처럼 별도로 돈을 갚을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해당 연도의 개인 소득이 늘어나므로 소득세와 4대 보험료 부담이 함께 커집니다. 처리해야 할 금액이 크다면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방법이 더 유리한지는 사적 사용 금액의 규모, 개인의 소득세율 구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세무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H2. 시스템으로 막고, 문화로 굳힌다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한 번만’이라는 유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투명한 ‘시스템’과 건강한 ‘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최선의 예방책이자 가장 강력한 보호막입니다.
가장 먼저, 명확한 ‘법인카드 사용 및 경비 처리 규정’을 문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 사용이 가능하고, 어떤 경우는 절대 안 되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명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거래처 접대 시 1인당 10만 원 한도’, ‘주말 및 공휴일 사용 시 사전 승인 필수’, ‘개인적 용도의 유흥주점, 골프장 사용 절대 금지’와 같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모든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 ‘증빙 자료 관리’를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단순히 영수증만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간단한 메모나 전산 시스템 입력을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불필요한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장치이며, 훗날 세무조사 시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세청의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탈세 분석 시스템은 인간의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비정상적인 지출 패턴까지 분석해 낼 것입니다.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용납되던 회색지대는 점점 사라지고, 모든 것이 법과 원칙의 잣대로 평가받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제 법인카드 관리는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증명하는 ESG 경영의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법인카드는 대표의 개인 지갑이 아닙니다. 그것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함께 채워나가는 ‘사업의 실탄’입니다. 이 실탄을 목적에 맞게 소중히 사용할 때, 비로소 회사는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십시오. 무심코 방치해 둔 작은 균열이 회사를 무너뜨리는 거대한 댐의 붕괴로 이어지기 전에 말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