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바쳐 일군 내 회사. 자식처럼 키웠지만, 언젠가는 이별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옵니다. 더 큰 성장을 위해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할 때, 혹은 평생의 결실을 현금으로 보상받고 싶을 때, 바로 M&A라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M&A를 대기업이나 잘나가는 스타트업만의 이야기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M&A는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성장 전략이자 출구 전략입니다. 제대로 준비하면 회사의 가치를 10배로 키우는 발판이 되지만, 어설프게 접근하면 평생 일군 자산이 세금으로 녹아내리는 악몽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면, 더 이상 M&A를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됩니다.
M&A, 회사를 사고파는 것 그 이상의 의미
M&A, 즉 인수합병은 단순히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사거나 합치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이는 두 회사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맺는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의 파트너십입니다.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오해와 달리, 중소기업에게는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고, 창업주에게는 성공적인 ‘엑시트(Exit)’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도구입니다.
M&A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인수(Acquisition)’입니다. A회사가 B회사의 주식이나 자산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죠. 마치 경험 많은 식당이 신선한 레시피를 가진 작은 식당을 사들여 메뉴를 확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합병(Merger)’입니다.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져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회사가 만나 시너지를 내는, 일종의 ‘전략적 결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왜 M&A를 할까요? 이유는 다양합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경쟁사를 흡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혹은 우리가 갖지 못한 핵심 기술이나 인재를 단숨에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파는 입장에서는 회사를 더 크게 키워줄 파트너를 찾거나, 창업주가 수십 년간 쏟은 노력을 금전적으로 보상받고 명예롭게 은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M&A, 잘못하면 재앙이 되는 이유
성공적인 M&A는 달콤한 과실을 안겨주지만, 준비 없는 M&A는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법률과 세무라는 암초를 피하지 못하면,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거나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M&A 과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시한폭탄’은 바로 세금과 숨겨진 부채입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주식을 판 대가로 내야 하는 ‘주식 양도소득세’입니다. 2025년 현재, 중소기업 주주가 주식을 팔 경우 양도차익 3억 원까지는 20%, 3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만약 대주주라면 최고 30%까지 세율이 올라갑니다. 10억 원에 회사를 팔았다고 해서 10억 원이 온전히 내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수억 원의 세금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인수 방식에 따라서는 ‘의제배당’이라는 더 무서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현금 대신 인수하는 회사의 주식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 그 주식의 가치가 내가 넘긴 회사의 자본금을 초과하면 그 차액을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배당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최고 45%의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보다 훨씬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는 쪽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큰 위험은 ‘우발부채’, 즉 서류상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빚입니다. 전 직원의 퇴직금, 밀린 세금, 잠재적인 소송까지. 마치 멋진 중고차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사고 이력과 고장 투성이인 차를 인수한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모르고 회사를 인수했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성공적인 M&A를 위한 핵심 전략
이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M&A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파는 쪽과 사는 쪽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이는 감이나 운에 맡기는 도박이 아니라, 데이터와 법률에 기반한 과학적인 과정이어야 합니다.
파는 입장(매도자)이라면, 첫 단추는 ‘객관적인 기업가치 평가’입니다. 내 회사에 대한 애착 때문에 가치를 너무 높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의 재무 상태, 기술력, 시장에서의 위치,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적정 가치를 산정해야 합니다. 이후에는 세무 전문가와 함께 매각 구조를 설계하며 절세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파느냐에 따라 세금은 수억 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사는 입장(매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실사(Due Diligence)’입니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인수할 회사의 재무, 법률, 세무 상태를 샅샅이 검토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결혼 전 상대방의 건강검진 기록과 신용정보를 확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사를 통해 숨겨진 부채나 법적 리스크를 발견했다면, 이를 가격 협상에 반영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수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작성하는 ‘M&A 계약서’입니다. 계약서에는 거래 금액과 방식은 물론, 실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문제가 나중에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진술 및 보증, 손해배상)에 대한 조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담아야 합니다. 잘 쓰인 계약서 한 장이 M&A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분쟁을 막아주는 최고의 방패가 됩니다.
M&A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법
M&A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성공적인 M&A는 거래 자체의 성공을 넘어, M&A 이후 두 조직이 하나가 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통합 과정(PMI, Post Merger Integration)’에 그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업무 방식을 가진 직원들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장 회사를 팔 계획이 없더라도, 언제든 좋은 값에 팔 수 있는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곧 건강하고 튼튼한 회사를 만드는 과정과 같습니다. 재무제표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불필요한 가지급금이나 특수관계자 거래를 정리하며, 회사의 핵심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를 문서화하고 특허 등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잘 정돈된 집이 제값을 받듯, 평소에 회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만 결정적인 순간에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2025년 이후 한국의 M&A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입니다. 베이비붐 세대 창업주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가업승계형 M&A’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중견·대기업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정부 역시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과 혁신을 돕기 위해 M&A 관련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M&A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M&A는 더 이상 거대 자본만의 리그가 아닙니다. 지금 운영하는 나의 회사가 누군가에게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 있고, 나에게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황금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M&A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꾸준히 준비하는 경영자만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기회를 잡고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M&A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