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준 주주도 법적 책임을 질까?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이런 부탁을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회사 세울 때 주주 명부에 이름만 잠깐 올려주면 안 될까? 어차피 실제 돈은 내가 다 낼 거고, 넌 아무 신경 쓸 일 없어.” 가벼운 부탁처럼 들리지만, 이 한 번의 결정이 훗날 당신의 전 재산을 위협하는 ‘세금 폭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명의만 빌려준 주주, 법적으로는 ‘명의수탁자’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 주식의 주인은 아니라는 뜻이죠. 하지만 세무서나 법원은 서류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먼저 봅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세금을 못 내거나 큰 빚을 지게 되면, 가장 먼저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나는 실제 주인이 아니다”라는 항변은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명의 주주’라는 달콤한 독이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이미 얽혀버렸다면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명쾌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름만 빌려주는 행위, 그 실체와 동기

많은 분이 ‘명의 주주’가 되는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명의신탁’이라는 계약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실제 주인(신탁자)이 자신의 주식을 다른 사람(수탁자)의 이름으로 등재해달라고 부탁하고, 수탁자가 이를 수락하는 약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내 집을 친구 이름으로 등기해두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친구 집이지만, 실제 주인은 나인 셈이죠.

그렇다면 왜 이런 복잡하고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는 걸까요? 가장 흔한 이유는 상법상 발기인 수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여러 명의 발기인이 필요했기에,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을 빌려 구색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는 1인 법인 설립이 가능해져 이 이유는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다른 목적으로 명의신탁이 이루어집니다.

또 다른 주된 이유는 세금 회피입니다. 특정인이 너무 많은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소득세 부담이 커지거나, 상속·증여 시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이를 피하고자 주식을 여러 사람 이름으로 분산시켜 놓는 것이죠. 혹은 공무원처럼 겸직이 금지된 신분이거나, 신용불량 상태라 자기 이름으로 재산을 보유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명의신탁은 매력적인 유혹이 됩니다. 하지만 그 유혹의 끝에는 생각지도 못한 책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겨누는 세 가지 법적 책임

명의를 빌려주는 것은 단순히 이름을 빌려주는 선의가 아닙니다. 이는 법적으로 회사의 주요 구성원이 되는 행위이며, 회사의 경영 상태가 나빠질 경우 당신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금물입니다. 회사가 체납한 세금, 거액의 부채가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재산을 압류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 제2차 납세의무라는 세금 폭탄입니다.
회사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를 내지 못하고 폐업하면, 국세청은 그 책임을 ‘과점주주’에게 묻습니다. 과점주주란 본인과 특수관계인(가족 등)의 지분을 합쳐 50%를 초과하면서 회사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주를 말합니다. 명의만 빌려줬더라도, 서류상 당신이 과점주주에 해당한다면 회사가 못 낸 세금 전액을 대신 납부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국세청은 “나는 바지사장일 뿐”이라는 주장을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수천만 원, 수억 원의 세금 고지서가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집으로 날아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회사의 빚을 개인 재산으로 갚아야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대표이사나 과점주주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명의를 빌려준 당신이 이사직까지 함께 맡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의 대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연대보증인인 당신의 월급, 예금, 부동산 등 개인 재산을 압류해 빚을 받아내려 할 것입니다. 친구의 사업을 돕기 위한 작은 호의가 내 가족의 보금자리를 위협하는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셋째, 명의를 돌려받지 못하는 재산권 분쟁입니다.
반대로 실제 주인이 당신에게 명의를 빌려준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사업이 번창해 주식 가치가 수십억 원으로 올랐을 때, 명의를 빌려 간 사람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이 주식은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명의신탁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소중한 재산을 그대로 빼앗길 수 있습니다. 입증 책임은 실제 주인에게 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자금 출처나 당시 정황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선의로 베푼 호의가 탐욕으로 변질되는 순간, 기나긴 법적 다툼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꼬여버린 실타래를 푸는 현실적인 방법

이미 명의 주주가 되어 불안에 떨고 있다면,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당신에게 불리해집니다. 다행히 복잡하게 얽힌 명의신탁 관계를 합법적으로 정리하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몇 가지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 방법의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가장 먼저 시도해 볼 방법은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입니다.
이는 국세청이 운영하는 간소화된 절차로, 소송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명의를 환원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실제 소유자와 명의를 빌려준 사람 간의 다툼이 없고, 양측이 명의신탁 사실을 인정하며 관련 증빙 자료(과거 주금 납입 증명, 배당금 수령 내역 등)를 충분히 갖춘 경우에 효과적입니다.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국세청의 심사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명의신탁 시점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으며, 제출한 서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기각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사자 간 합의가 어렵거나 국세청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면, 결국 법의 판단을 구해야 합니다.
이 경우 ‘주주권 확인 소송’이나 ‘명의개서 절차 이행 청구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실제 주주가 누구인지를 가리게 됩니다. 소송은 명의신탁 관계를 가장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승소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는 사실, 주식 매수 대금을 실제 소유자가 부담했다는 사실 등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철저한 증거 수집과 논리적인 변론이 중요합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핵심은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예방이 최선, 투명한 관계가 답이다

모든 법적 문제가 그렇듯, 명의신탁 역시 문제가 터진 후 수습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잠시의 편의나 인정 때문에 훗날 감당하기 어려운 법적, 세무적 책임을 짊어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개인의 신중한 판단을 넘어, 건강한 기업 지배구조를 만드는 경영 철학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용기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당신의 인생을 담보로 하는 부탁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합니다. “미안하지만, 명의를 빌려주는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들었어. 너의 사업은 응원하지만, 이 부탁은 들어주기 어렵겠다” 와 같이 명확하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습니다. 어설픈 동정이나 의리 때문에 당신과 당신 가족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십시오.

경영자 입장에서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단기적인 세금 절감이나 절차의 편의를 위해 명의신탁을 활용하는 것은 결국 회사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시한폭탄’을 심는 것과 같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주주 구성을 명확히 하고, 모든 주주가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예측 불가능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며, 안정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길입니다.

앞으로 과세당국과 금융감독기관의 감시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나 주주 변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차명 재산을 적발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명의신탁은 더 이상 손쉬운 절세 수단이 아닌, 반드시 피해야 할 불법적인 관행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빌려준 이름 하나가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습니다. 법과 세금의 세계에서 ‘서류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으며, 그 책임의 무게는 오롯이 명의를 빌려준 당신의 몫이 됩니다. 부디 이 글을 통해 명의 주주의 위험성을 깊이 인지하고, 당신의 소중한 재산과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법적 관계의 시작은 서명하기 전, 도장을 찍기 전에 그 문서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법적 고지 · 면책조항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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