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어제까지 자기가 창업한 회사의 주인이었습니다.
직원 3명으로 시작해 100명 규모로 키워낸, 그야말로 자식 같은 회사였죠. 오늘 아침, 그는 이사회에서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회사 지분 51%를 가진 명실상부한 대주주인데도 말입니다. 투자자 대표로 들어온 이사 2명과 창업 시절부터 믿었던 동료 1명이 자신을 몰아낸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대표이사는 누가 선임하는가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회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나는 1인 주주라 괜찮아, 우리끼리는 믿으니까 문제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이미 똑딱거리기 시작합니다.
이 글은 단순히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알려주는 법률 설명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한순간에 잃지 않도록, 권력의 핵심 원리를 파헤치고 미래의 위험까지 막아주는 가장 현실적인 생존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이사, 대표이사, 이사회, 주주총회: 권력의 지도 그리기
회사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주주라고 답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절반만 맞습니다.
주인이 집을 통째로 들고 다닐 수 없듯, 주주도 회사를 매일 직접 경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 경영 시스템, 즉 기관이라는 것을 만듭니다.
이 기관들의 역할과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회사 지배구조의 첫걸음입니다. 마치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캐릭터들의 능력치와 상성 관계를 파악하는 것과 같습니다.
회사의 지배구조를 하나의 작은 국가에 비유해 봅시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집니다.
이 국가의 국민은 바로 주주(株主)입니다. 주주는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자, 모든 권력의 원천입니다.
국민이 투표로 국회의원을 뽑듯, 주주는 주주총회라는 최고의결기구에서 투표를 통해 자신들을 대신해 일할 대표자, 즉 이사(理事)를 선임합니다.
선출된 이사들은 국회와 같은 이사회(理事會)를 구성합니다. 이사회는 회사의 중요한 업무를 결정하고 경영을 감독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듯, 이사회는 이사들 중에서 회사를 대표하고 실질적으로 경영을 총괄할 사람을 뽑는데, 이 사람이 바로 대표이사(代表理事)입니다.
즉, 대표이사는 이사라는 국회의원 중에서 뽑힌 총리인 셈입니다.
이 관계를 정리하면 명확한 권력의 흐름이 보입니다.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들은 이사회를 구성해 대표이사를 선임합니다.
이것이 우리 상법이 정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주주가 직접 대표이사를 뽑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를 거치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러한 간접 선출 방식은 경영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구조 때문에 김 대표의 비극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과반수 주주이므로 당연히 대표이사직도 안전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권력은 이사회를 장악한 세력에게 있었습니다.
그가 믿었던 이사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 그는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를 뽑아 이사회를 재구성하기 전까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많은 창업가나 중소기업 대표들이 이 지점에서 착각합니다. 지분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는 칼자루는 이사회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따라서 회사의 권력 지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라는 세 개의 톱니바퀴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알아야만 합니다.
이러한 기관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주주총회는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으로 이사회를 견제합니다. 이사회는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며 경영을 감독합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정을 집행하며 회사를 이끌어 나갑니다. 이 균형이 깨질 때, 경영권 분쟁이라는 재앙이 발생합니다.
특히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동업을 시작할 때 이 구조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투자자들은 보통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킬 것을 요구합니다. 이 순간부터 이사회는 더 이상 창업자 한 사람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독립적인 권력 기구가 됩니다.
따라서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 권력 지도를 어떻게 그릴지 신중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이사는 단순히 직급이 아니라, 법률상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지닌 자리입니다.
회사의 등기부등본에 이름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법을 위반하거나 큰 손해를 입었을 때, 이사들은 개인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사 선임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반면 대표이사는 이사들 중의 대표일 뿐만 아니라, 회사를 법적으로 대표하는 유일한 기관입니다.
대표이사가 회사 이름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그 효과는 회사 전체에 미칩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대표이사의 선임과 해임 절차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왜 법은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요? 주주가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면 더 간단하지 않을까요?
이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주주의 수가 많아질수록 모든 주주가 모여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회사 발전에 더 유리하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주와 경영진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회사의 100% 주주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주주로서의 나와 대표이사로서의 나는 다른 역할과 권한을 가집니다.
이 개념을 혼동하면 법률적인 절차를 무시하게 되고, 나중에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행위가 바로 이런 혼동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회사의 지배구조는 누가 누구를 임명하고, 누가 누구를 견제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주주와 주주총회, 이사와 이사회, 그리고 대표이사. 이 다섯 가지 키워드를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두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경영권 분쟁의 절반을 예방한 셈입니다.
이 지도를 바탕으로, 이제 더 깊은 원리를 탐험해 보겠습니다.
이 권력의 지도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회사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정관을 통해 얼마든지 다르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수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지뢰밭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내 회사를 굳건히 지키는 요새가 되기도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지도가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주는 투자자로서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사회는 그 방향에 맞춰 전략을 수립하며, 대표이사는 그 전략을 실행하는 야전사령관입니다.
이 역할 분담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회사는 성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무, 전무 같은 직함을 이사와 혼동합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고 등기된 사람만을 의미합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부르는 직함과 법적인 지위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직 등기된 이사만이 이사회에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회사에서는 주주=이사=대표이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새로운 주주나 이사가 참여하는 순간,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초기에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권력의 지도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법률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닙니다. 내 사업의 통제권을 어떻게 유지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과정입니다.
지금 당신의 회사 권력 지도는 어떻게 그려져 있습니까?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다음 내용을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회사의 권력은 주주에게서 나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게 전달됩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이제 이 원칙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예외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대표이사 선임, 원칙은 이사회
대표이사는 당연히 이사회에서 뽑는 것 아닌가요?라고 많은 분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 상법 제389조 제1항은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선정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입니다.
이 원칙이 왜 중요한지, 그 배경을 이해하면 법의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의 핵심은 경영의 전문성과 신속성에 있습니다.
주주들은 투자 전문가일 수는 있어도, 해당 사업 분야의 경영 전문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주주가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상장회사의 경우, 대표이사를 뽑기 위해 매번 모든 주주를 소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마치 전 국민이 모여 장관을 임명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주주들은 자신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경영 전문가들, 즉 이사들을 선임하여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 전문가 집단이 회사를 가장 잘 이끌 리더를 선별하도록 위임한 것입니다.
이사회는 수시로 소집될 수 있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여 대표이사를 교체하거나 새로운 리더를 세우는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법이 이사회에 대표이사 선임권을 부여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를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소유)와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는 전문경영인(경영)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는 회사가 개인의 소유물을 넘어,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회적 실체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물론, 1인 기업이나 가족회사처럼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은 회사가 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이 원칙을 우리 일상에 비유해 볼까요? 아파트 입주민 전체(주주)가 모여서 매일 경비반장(대표이사)을 직접 뽑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마 의견이 분분해서 합의에 이르기 어렵고, 경비 업무에 공백이 생길 겁니다.
대신, 입주민들은 동대표(이사)들을 뽑아 입주자대표회의(이사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경비업체와 계약하거나 경비반장을 임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상법의 원리도 이와 정확히 같습니다.
이사회는 통상적으로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가 총 3명이라면, 최소 2명이 출석해야 회의가 성립되고, 출석한 2명 모두가 찬성해야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이 정족수 요건은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 몇몇 이사의 독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 후에 이사회라는 2차 관문에서 다른 이사들의 신임을 얻어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되는 것입니다. 즉, 대표이사는 이사라는 자격을 전제로 합니다.
이사가 아닌 사람을 이사회에서 곧바로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2단계 구조는 경영진에 대한 이중의 검증 장치 역할을 합니다.
주주들은 회사의 큰 방향에 동의하는 인물을 이사로 선임하고, 이사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경영 능력을 갖춘 인물을 대표이사로 선임함으로써 최적의 리더십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이는 회사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성장에 기여합니다.
하지만 이 원칙이 모든 회사에 강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상법은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에 대해서는 몇 가지 특례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가 1명 또는 2명인 회사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이사회가 아예 구성되지 않으므로, 이사회의 권한인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사가 1명인 회사의 경우, 그 1명의 이사가 당연히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됩니다. 별도의 선임 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이사가 2명인 경우에는 각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는 각자대표가 원칙입니다. 물론, 정관에서 특정 1명을 대표이사로 정하도록 규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규모와 구조에 따라 원칙의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사회 선임 원칙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책임 소재의 명확화에 있습니다.
대표이사의 경영 활동에 대한 1차적인 감독 책임은 이사회에 있습니다. 만약 대표이사가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면, 그를 선임하고 감독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한 이사회 구성원들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이사회가 신중하게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주주총회에서 직접 대표이사를 뽑는다면 어떨까요? 수많은 주주들에게 공동으로 책임을 묻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경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사회라는 구체적인 책임 주체를 둠으로써, 회사의 경영을 더욱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외국인 투자 유치 시에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국제 기준에 익숙한 해외 투자자들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만약 회사의 정관이 이 원칙에서 벗어나 주주총회가 직접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비표준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투자자들은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을 우려하여 투자를 망설일 수 있습니다.
결국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한다는 원칙은 단순히 절차를 규정한 것을 넘어, 경영의 전문성, 신속성, 책임성을 담보하는 상법의 핵심 철학이 담긴 조항입니다.
이 원칙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회사 지배구조의 뼈대를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법에는 항상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 대원칙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회사의 헌법, 정관입니다.
정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의 칼자루는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예외 규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진행된 대표이사 선임은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고 몇몇 이사들끼리 모여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면, 그 결정은 효력이 없습니다.
이렇게 선임된 대표이사가 체결한 계약 역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절차적 정당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대표이사를 변경할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록을 작성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이러한 서류들은 훗날 발생할지 모를 법적 분쟁에서 당신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이사회는 단순히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주 발행, 사채 발행, 중요한 자산의 처분 등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굵직한 사안들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입니다.
대표이사 선임권은 이러한 이사회의 막강한 권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원칙은 회사의 성장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처음에는 창업자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이해관계자가 늘어날수록 원칙에 입각한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해집니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은 그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정리하자면, 상법이 정한 대원칙은 명확합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가 선임한다.
이 원칙은 경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장치입니다. 이제 이 원칙에 대한 예외와, 그 예외가 초래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주가 왕인데 왜 대표이사를 마음대로 못 바꿀까?
내 회사고, 내 지분이 100%인데, 왜 대표이사를 내 마음대로 임명하고 해고하는 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가요?
1인 기업이나 가족회사를 운영하는 많은 대표님들이 흔히 갖는 의문입니다. 주주가 왕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주주는 회사의 소유권이라는 절대 반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반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주문, 즉 법적 절차를 외워야만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회사는 주주의 개인 재산이 아닌, 독립된 법인격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회사는 주주와는 별개의 인격, 즉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내가 내 자식의 인생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듯, 주주라 할지라도 법인이라는 독립된 인격체의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 돈을 내 돈처럼 쓰면 횡령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주주가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해고를 통보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주주의 권한은 주주총회를 통해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마치 국민이 대통령을 바꾸고 싶을 때, 길거리에서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선거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회사에서 주주의 선거는 바로 주주총회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요? 앞서 설명한 원칙, 즉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한다는 원칙을 따르는 회사라고 가정해 봅시다.
과반수 지분을 가진 주주가 현재 대표이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때 주주는 대표이사를 직접 해임할 수 없습니다.
주주의 권한은 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는 데까지만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주는 먼저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합니다.
주주총회에서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기존 이사들(대표이사를 포함하여)을 해임하고,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해야 합니다.
이것이 주주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이사 해임권과 이사 선임권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반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주총회를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들로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했다면, 이제 게임은 거의 끝난 것입니다.
새로 구성된 이사들은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합니다. 그리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합니다.
이로써 주주가 원했던 대표이사 교체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완료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보면, 주주가 대표이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소집 → 기존 이사 해임 및 신규 이사 선임 → 신규 이사회 소집 → 대표이사 해임 및 선임이라는 다소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주가 왕이지만,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왕이라도 법과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절차적 번거로움은 경영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 방지턱 역할을 합니다.
만약 주주의 기분에 따라 대표이사가 하루아침에 바뀐다면, 회사의 경영 전략은 일관성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입니다.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거래처는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은 의도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특히 여러 주주가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동업 관계에서는 이 절차가 더욱 중요합니다.
만약 한 명의 주주가 독단적으로 대표이사를 교체할 수 있다면, 다른 주주들의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절차를 통해 모든 주주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주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주식회사 제도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절차를 무시했을 때의 위험은 생각보다 큽니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표이사를 바꾸고 법인 인감을 가져갔다고 합시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이전 대표이사가 정당한 대표자입니다.
새로운 대표이사가 체결한 계약은 나중에 무권대리(권한 없는 자의 대리 행위)로 판단되어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절차를 지키지 않는 행위는 다른 주주나 이사들에게 법적 공격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그들은 이사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이나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영권을 다시 빼앗아 올 수 있습니다.
결국, 절차를 무시한 권력 행사는 더 큰 분쟁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급하고 답답하더라도 정해진 법적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입니다.
변호사나 법무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절차상의 하자가 없도록 꼼꼼히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 몇십만 원의 자문료를 아끼려다 수억, 수십억 원의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소규모 회사의 경우,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실제로 개최하지 않고 서류만 형식적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관행입니다. 나중에 동업자와 사이가 틀어지거나, 세무조사를 받게 될 때 이 회의록의 부재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때 정말로 회의를 했는가를 입증하지 못하면 모든 결정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주주는 회사의 소유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지만, 그 권한은 주주총회라는 틀 안에서, 이사 선임 및 해임이라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야 합니다.
대표이사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이 아니라, 이사회를 통한 간접적인 통제권을 갖는 것입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경영권 방어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는 주주, 이사회, 대표이사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회사가 한 사람의 독단이 아닌,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반대로 다른 누군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식회사의 안정성을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이 원칙을 이해했다면, 이제 우리는 이 원칙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마법의 문서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모든 회사가 이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헌법인 정관을 통해 우리는 우리 회사만의 고유한 규칙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규칙이 당신의 편이 될 수도, 혹은 당신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주가 왕이라는 믿음은 특히 창업자에게 강하게 나타납니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법인격을 취득하는 순간, 창업자의 개인 회사에서 독립된 법적 실체로 변모한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의 존재는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대주주가 전횡을 부리려고 할 때, 소수 주주는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모든 주주에게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회의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회사를 설립하거나 운영할 때, 단순히 사업 아이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절차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명확한 규칙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초석이 됩니다.
이제, 이 모든 원칙을 뒤엎을 수 있는 정관이라는 변수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정관 한 줄이 어떻게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지, 그리고 당신의 정관은 안전하게 작성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관, 모든 분쟁의 시작과 끝
회사 등기부등본이 회사의 신분증이라면, 정관(定款)은 회사의 헌법입니다.
회사를 어떻게 설립하고, 어떤 사업을 하며,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규칙을 담고 있는 최고 규범입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법무사에게 맡겨준 표준 정관을 그대로 사용하고는,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평생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바로 이 무관심이 훗날 경영권 분쟁이라는 재앙을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대표이사 선임 문제에 있어서 정관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앞서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상법은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를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정관에 “대표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단 한 줄만 명시해두면, 대표이사 선임의 칼자루는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즉시 넘어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관 자치의 원칙입니다. 법은 큰 틀에서의 원칙을 제시하지만, 회사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주주들의 합의체인 정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는 각 회사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유연한 지배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우리 회사에 더 유리할까요? 이사회 선임과 주주총회 선임, 두 가지 방식의 장단점을 명확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원칙인 이사회 선임 방식은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장점입니다.
경영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나,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한 규모 있는 회사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창업자나 대주주 입장에서는 이사회를 완벽히 장악하지 못하면 대표이사직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예외적인 주주총회 선임 방식은 주주의 직접적인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분 구조가 곧 권력 구조가 되기 때문에, 과반수 지분을 확보한 주주는 자신의 대표이사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1인 주주 회사나, 가족 경영 회사, 또는 주주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소규모 동업 회사에서 선호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의 단점도 명확합니다. 대표이사를 교체할 때마다 번거롭게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하므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집니다.
또한, 주주 간 지분율이 팽팽하게 맞서거나(예: 50% vs 50%), 주주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해 회사가 마비되는 경영 공백 상태에 빠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김 대표의 사례로 돌아가 볼까요? 만약 그의 회사 정관에 “대표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는 자신이 과반수 주주이므로,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주주총회를 열어 자신을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사회의 멤버들의 배신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관의 단 한 줄이 그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셈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회사 정관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회사 정관을 꺼내 임원 또는 대표이사 관련 조항을 확인해 보십시오.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한다”라고 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주주총회의 결의로 선임한다”라고 되어 있습니까?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지금 지뢰밭의 위치도 모른 채 걷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동업을 시작할 때, 이 정관 조항은 동업자 간의 권력 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합의서가 됩니다.
지분율은 50:50으로 나누었지만, 대표이사 선임권을 이사회에 맡기고 이사 3명 중 2명을 한쪽 동업자가 임명하는 구조라면, 실질적인 경영권은 한쪽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모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정관은 한번 만들면 끝이 아닙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새로운 투자를 받고, 지분 구조가 바뀔 때마다 정관도 함께 점검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마치 컴퓨터 운영체제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시절에는 주주총회 선임 방식이 유리했지만,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은 후에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로 변경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동시에 얻어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요건입니다.
즉, 일단 정관이 한번 정해지면 나중에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회사 설립 시점의 정관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표준 정관은 말 그대로 표준일 뿐, 우리 회사에 최적화된 맞춤 정장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주주 구성, 사업 특성, 미래 성장 계획을 모두 고려하여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우리 회사만의 정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보험입니다.
정관에는 대표이사 선임 방식 외에도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항들이 많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 양도를 제한하는 조항, 신주인수권에 대한 조항,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 규정 등이 모두 정관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재산과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적으로, 정관은 당신 회사의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설계도입니다.
이 설계도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의 주체가 달라지고, 이는 곧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합니다.
당신의 정관을 단순한 서류 뭉치로 보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의 회사를 지키는 방패이자, 동시에 당신을 공격하는 칼이 될 수도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정관을 확인하고,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과 미래 계획에 적합한지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된 후에는 정관을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관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우리 회사 정관을 어떻게 확인하고, 현재 대표이사가 누구인지 공식적으로 파악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이론을 알았다면, 이제는 실전에 나설 때입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정관을 법인 설립 시 법무사가 만들어 준 파일 형태로만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공증을 받거나 등기소에 제출된 버전입니다. 회사의 공식적인 정관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그 사본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정관은 회사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여러 번 변경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유효한 버전이 어떤 것인지 최종 변경일을 기준으로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과거 버전의 정관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정관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단순한 법률 검토가 아니라, 사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경영 활동의 일환입니다.
동업자, 투자자와 함께 정관의 주요 조항을 리뷰하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과정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최고의 소통 방법입니다.
우리 회사 대표이사는 누가 뽑을까? 2단계 확인법
이제 이론적인 논의를 넘어, 지금 당장 당신의 회사는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시간입니다.
우리 회사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뽑나, 주주총회에서 뽑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딱 두 단계만 거치면, 우리 회사 권력 구조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치 건강 검진을 통해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과 같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회사의 헌법, 정관(定款) 확인하기입니다.
앞서 강조했듯이, 대표이사 선임의 주체를 결정하는 최종 키는 정관이 쥐고 있습니다.
회사 설립 시 받은 정관 파일을 찾거나, 만약 찾기 어렵다면 회사를 설립해 준 법무사 사무실에 문의하거나, 관할 등기소에 문의하여 원본대조필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정관을 손에 넣었다면, 이제 임원 또는 이사 및 이사회 관련 파트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십시오.
보통 “제XX조 (대표이사의 선임)”이라는 제목의 조항이 있을 것입니다. 이 조항의 문구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한다”라고 되어 있다면, 당신의 회사는 상법의 원칙을 따르는 것입니다.
반면, “대표이사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선임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당신 회사의 대표이사 선임권은 주주총회에 있습니다.
이 경우, 당신의 지분율이 곧 대표이사 선임의 결정권을 의미하게 됩니다. 만약 이 조항 자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상법의 원칙으로 돌아가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정관 확인 과정은 단순히 문구를 읽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됩니다.
이 조항이 현재 우리 회사의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소수 지분 투자자인데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면,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회사의 신분증, 법인 등기부등본 확인하기입니다.
정관이 우리 회사의 내부 규칙이라면, 법인 등기부등본은 이 규칙에 따라 결정된 결과를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공시 서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서 수수료를 내고 어떤 회사의 등기부등본이든 열람하고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으면, 임원에 관한 사항이라는 항목이 나옵니다.
여기에 현재 법적으로 등기된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 등의 명단이 모두 나옵니다.
특히, 여러 이사들 중에서 누가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는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등기부등본에 대표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만이 법적으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을 가집니다.
이 두 가지 서류, 즉 정관과 등기부등본을 함께 놓고 보면 우리 회사의 지배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정관에는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한다’고 되어 있고, 등기부등본에는 사내이사가 총 3명(A, B, C)이며 그중 A가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A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B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하려면, B와 C가 힘을 합쳐 이사회를 열고 결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관에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되어 있다면, 등기부등본상의 이사 구성과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과반수 찬성만 얻으면 언제든지 대표이사를 교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정관과 등기부등본은 서로를 보완하며 우리 회사 권력의 실제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도입니다.
이 2단계 확인법은 비단 대표이사 선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예를 들어 새로운 투자를 받거나, 대출을 실행하거나,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정관에 명시된 절차(예: 이사회 결의 사항인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인지)를 따르지 않은 결정은 나중에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변경 사항이 없었던 휴면 법인을 인수하거나, 다른 사람의 회사를 인수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이 2단계 확인은 더욱 중요합니다.
이전 주주들이 만들어 놓은 정관에 어떤 독소 조항이 숨어 있는지, 현재 등기된 임원은 누구인지 명확히 파악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지금, 잠시 시간을 내어 당신의 회사 정관과 법인 등기부등본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작은 확인 습관이 미래의 수억 원대 소송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
이 확인 과정에서 의문점이 생기거나, 정관 조항의 해석이 모호하게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법률 용어는 일상 용어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자의적인 해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법률 세계에서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이 2단계 확인법을 통해 우리 회사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했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의 지배구조가 불합리하거나, 잠재적인 분쟁의 소지가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장에서는 실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겠습니다.
이 확인 작업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또는 회사의 중요한 변화(주주 변경, 임원 교체, 투자 유치 등)가 있을 때마다 정기적으로 정관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을 회사의 연례행사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체계적인 위험 관리의 시작입니다.
등기부등본을 볼 때는 임원들의 임기 만료일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법상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하며, 정관으로 그 임기를 연장하거나 단축할 수 있습니다.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자동으로 그 자격을 상실하므로, 임기 만료 전에 주주총회를 열어 재선임(중임)하거나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를 놓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 2단계 확인은 당신이 회사의 경영권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사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그 사업을 담는 그릇인 회사라는 법적 실체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 회사의 권력 구조를 진단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단이 끝났으니, 이제는 처방을 내릴 차례입니다.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경영권 분쟁, 대표이사 교체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경영권 분쟁은 드라마 속 재벌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믿었던 동업자와의 갈등, 투자자와의 의견 대립, 가족 간의 상속 문제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먼저 쟁점이 되는 것은 바로 대표이사직입니다. 회사의 법인 인감과 자금 집행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대표이사를 교체하려는 상황을 구체적인 시나리오별로 나누어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알아보겠습니다.
시나리오 1: 내가 과반 주주, 이사회 선임 방식인데 대표를 바꾸고 싶을 때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김 대표의 사례처럼, 내가 지분은 51% 이상이지만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구조입니다.
현재 대표이사가 내 뜻과 다르게 회사를 운영하거나, 투자자들이 선임한 대표이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당신이 취해야 할 행동은 명확하고 단계적이어야 합니다.
먼저, 서두르지 말고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현재 대표이사의 경영상 잘못이나 배임 행위 등을 입증할 자료를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나중에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고, 해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다음으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사회를 통해 소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사회가 비협조적일 경우,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법원에 허가를 받아 직접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과반 주주인 당신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주주총회가 소집되면, 안건으로 기존 이사(대표이사 포함) 해임의 건과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합니다.
당신은 과반수 의결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안건들은 무난히 통과될 것입니다. 이때, 당신에게 우호적인 인물들로 새로운 이사진을 꾸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구성된 이사들로 즉시 이사회를 개최합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당신 또는 당신이 원하는 인물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합니다.
그리고 2주 내에 관할 등기소에 변경 등기를 신청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이사회를 장악하여 대표이사 선임권을 되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시나리오 2: 내가 과반 주주, 주주총회 선임 방식일 때
이 경우는 훨씬 간단합니다. 당신의 정관이 “대표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당신은 곧바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여 대표이사 해임 및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당신의 과반수 의결권으로 가결시키면 됩니다.
이 방식은 절차가 간소하고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사회의 반발이나 방해 공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주주총회 소집 통지 등 법적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회의록을 명확하게 작성하여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시나리오 3: 내가 소수 주주인데, 대표이사의 전횡을 막고 싶을 때
상황이 훨씬 어렵지만,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소수 주주에게도 법이 보장하는 강력한 무기들이 있습니다.
먼저, 다른 소수 주주들과 연대하여 의결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소수 주주들에게 진리입니다.
법적으로는 3% 이상 주주에게 주주제안권이 주어집니다.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특정인을 이사 후보로 추천하거나, 정관 변경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사의 위법 행위를 발견했다면, 1% 이상 주주는 회사를 대신하여 그 이사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는 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입니다.
대표이사가 횡령, 배임 등 명백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법원에 그 이사의 직무를 임시로 정지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해당 대표이사는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회사의 추가적인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소수 주주의 싸움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회계 장부 열람권 등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여 증거를 확보하고, 변호사와 같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시나리오에 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명분이 확실하더라도, 소집 통지 기간을 지키지 않거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등 절차에 하자가 있으면 모든 결정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반격의 빌미만 제공할 뿐입니다.
또한, 모든 과정은 서면, 즉 회의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주주총회 의사록과 이사회 의사록은 법적 효력을 갖는 공문서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참석했으며, 어떤 논의를 거쳐, 어떻게 표결했는지를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필요한 경우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경영권 분쟁은 결국 지분 싸움과 절차 싸움의 결합입니다.
지분에서 밀리더라도 절차적 우위를 점하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고, 지분에서 앞서더라도 절차를 무시하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쟁의 조짐이 보인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전문가와 함께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법과 정관에 따른 최적의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쟁은 회사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직원들은 동요하고, 거래처는 떠나며, 회사의 평판은 추락합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전략은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미래의 지뢰를 제거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근본적인 예방책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미래의 지뢰를 제거하는 정관 설계법
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경영권 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송과 다툼으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뒤에 후회하는 것보다, 회사 설립 초기 단계에서, 혹은 아직 평화로울 때 미래의 분쟁 씨앗을 제거하는 것이 수백 배는 현명합니다.
그 핵심에 바로 정관 설계가 있습니다. 정관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시스템입니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역시 대표이사 선임 방식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사회 선임과 주주총회 선임은 각각 명확한 장단점을 가집니다. 어떤 방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현재와 미래 상황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1인 주주이거나, 가족/지인 등 소수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면 주주총회 선임 방식이 더 직관적이고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지분이 곧 경영권을 의미하므로, 불필요한 이사회의 개입 없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지분이 분산될 경우, 이 조항이 오히려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반면, 기술력은 있지만 경영 경험이 부족한 창업가가 외부 투자자나 전문경영인과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려는 경우, 이사회 선임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이는 주주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최적의 리더를 선출하는 시스템으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창업자는 안정적인 이사회 멤버 구성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합니다.
정관 설계는 대표이사 선임 방식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동업 관계라면 주주 간 계약(Shareholders’ Agreement)을 정관의 보조 장치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주주 간 계약은 정관과 달리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주주들 간의 사적인 계약입니다. 여기에는 정관에 담기 어려운 훨씬 구체적이고 민감한 사항들을 명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착상태(Deadlock) 해결 조항을 넣을 수 있습니다.
지분이 50:50인 두 동업자가 중요한 사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한쪽이 다른 쪽의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바이셀(Buy-Sell) 조항이나, 외부 중재인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조항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장치가 없다면, 회사는 영원히 멈춰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동반매도권(Tag-along)과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조항도 중요합니다.
동반매도권은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소수 주주도 같은 조건으로 자신의 지분을 함께 팔 수 있도록 요구할 권리입니다.
이는 소수 주주가 불리한 조건으로 회사에 남겨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반대로 동반매도요구권은 대주주가 회사 전체를 매각하려 할 때, 소수 주주도 의무적으로 자신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권리로, 기업 인수합병을 원활하게 만듭니다.
이사의 자격이나 수, 임기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설계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주가 지분율에 비례하여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이사추천권을 명시하거나, 이사의 임기를 일반적인 3년보다 짧게 설정하여 경영진을 더 자주 평가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정관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맞춤형으로 설계 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정관 검토를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회사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계속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1년 전에는 최적이었던 정관이 지금은 우리 회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1년에 한 번, 또는 투자 유치, 임원 변경, 사업 목적 추가 등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변호사와 함께 정관을 리뷰하고 현재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예방적 조치는 당장은 번거롭고 비용이 드는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쟁이 터졌을 때 지불해야 할 수억 원의 소송 비용과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리스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언제나 최선입니다.
당신의 정관은 단순한 행정 서류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경영 철학을 담는 그릇이자, 동업자 및 투자자와의 약속이며,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회사를 지키는 견고한 성벽입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성벽에 균열은 없는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칙은 없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잘 설계된 정관 하나가 수십 명의 변호사보다 나은 방패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배구조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AI 이사와 블록체인 주주총회, 미래의 지배구조
지금까지 우리는 현행 상법과 정관을 중심으로 대표이사 선임과 회사 지배구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2025년의 현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적, 사회적 변화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은 회사의 권력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경영권 분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가장 파격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이사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법체계에서 이사는 자연인 또는 법인만이 될 수 있으므로, AI는 이사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보다 더 합리적이고 편견 없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AI가 개발된다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대표하는 AI 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입니다.
AI 이사의 등장은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고 법적 리스크를 예측하는 AI 이사가 회사의 파산 가능성이 80%라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이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위험한 투자를 강행했다면, 그들의 법적 책임은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질 것입니다.
AI는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를 넘어, 인간 이사들의 판단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의 모습도 극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자 주주총회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 시스템은 주주 인증과 투표 결과의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주주총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소액 주주 한 명 한 명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주주총회에 무관심했던 소액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주주 행동주의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경영진은 과거처럼 일부 대주주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개미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ESG 경영의 확산 역시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회사의 가치를 오직 재무적 성과로만 평가했지만, 이제는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단기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회사의 이사회가 얼마나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투명한지, 소수 주주의 권리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이는 대표이사 선임 기준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넘어,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리더를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비재무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이 대표이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정관에 ESG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이사회의 여성 및 소수자 비율을 규정하는 회사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의 변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할까요?
기술이 발전하고 제도가 바뀌더라도 투명성, 책임성, 견제와 균형이라는 지배구조의 핵심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기술은 이러한 원칙들이 더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오늘 배운 상법의 기본 원칙과 정관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회사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잘 만들어진 시스템은 미래에 어떤 새로운 기술과 제도가 등장하더라도 유연하게 적응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됩니다.
AI 이사가 등장하고 블록체인으로 투표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누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중요할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정관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기본을 충실히 다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당신은 회사 지배구조의 지도를 손에 쥔 것과 같습니다.
이 지도를 활용해 당신의 회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점검하고, 어떤 경로로 나아가야 할지 계획을 세워 보십시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은 복잡한 경영의 세계에서 당신의 회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진리입니다.
당신의 손으로 직접, 분쟁 없는 건강한 회사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