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회사 돈이 급해서 잠시 꺼내 쓴 적 있으신가요? 혹은 반대로, 월급날이 아직인데 직원들 급여 주려고 개인 돈을 넣은 적은요? 많은 대표님들이 사업 초기에, 혹은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대수롭지 않게 행하는 일입니다. ‘어차피 내 회사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잠깐’의 편의가 훗날 발목을 잡는 거대한 세금 폭탄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회계 장부 위에 무심코 찍힌 ‘가지급금’과 ‘가수금’이라는 두 이름. 이들은 단순한 회계 계정이 아닙니다.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좀먹고, 예측 불가능한 법적, 세무적 위험을 잉태하는 조용한 암살자입니다.
오늘, 이 두 가지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위험한지, 그리고 이미 쌓여버린 이 골칫덩어리를 어떻게 합법적으로 해결하고 앞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그 모든 것을 명쾌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더 이상 회사 돈과 개인 돈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가지급금과 가수금, 동전의 양면
많은 대표님들이 가지급금과 가수금을 혼동하거나, 그저 ‘임시로 처리하는 돈’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둘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첫 단추입니다. 돈의 방향에 따라 이름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회사와 주주(또는 임원) 간의 비공식적인 금전 거래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가지급금(假支給金)은 쉽게 말해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빌려준 돈’입니다. 용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실제 돈은 회사 밖으로 나간 상태를 말하죠. 예를 들어, 대표이사가 증빙 서류 없이 경비를 사용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회사 자금을 인출하는 경우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법적으로 회사는 별개의 인격체(법인)이므로, 대표이사라 할지라도 회사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대여’ 행위가 됩니다. 문제는 이 대출에 대해 세법이 정한 이자를 계산하지 않으면 탈세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가수금(假受金)은 ‘대표이사가 회사에 빌려준 돈’입니다. 회사의 운영 자금이 부족할 때 대표이사가 개인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해주는 고마운 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재무 구조가 취약하다는 신호이며, 나중에는 이 돈의 출처를 증명해야 하는 복잡한 세무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지급금과 가수금은 회사의 공적 자금과 대표의 사적 자금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흉터’인 셈입니다.
방치된 가지급금이 부르는 세금 폭탄
가수금도 문제지만, 세무 당국이 훨씬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로 가지급금입니다. ‘무이자 마이너스 통장’인 줄 알았던 가지급금이 사실은 연체이자가 무섭게 붙는 고금리 사채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미 늦었을 수 있습니다. 가지급금을 방치했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세금 폭탄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인정이자 계산 및 상여 처분입니다. 세법은 대표이사가 회사로부터 무상으로 돈을 빌려 이익을 얻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매년 세법에서 정한 이자율(2025년 현재 4.6%)만큼의 이자(인정이자)를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받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가상의 이자는 회사의 수익으로 잡혀 법인세를 증가시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대표이사는 이 이자만큼을 회사로부터 ‘상여금(보너스)’으로 받은 것으로 처리되어 소득세와 4대 보험료까지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회사는 법인세, 대표는 소득세를 이중으로 맞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둘째, 지급이자 손금불산입이라는 무시무시한 페널티가 기다립니다. 만약 회사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상태라면, 가지급금 총액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대출 이자 비용을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국세청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대표에게 빌려줄 돈은 있으면서, 왜 은행에서 비싼 이자를 내며 돈을 빌렸는가? 그 이자는 경영에 필수적인 비용으로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실제로 지출한 이자 비용을 인정받지 못해 또다시 법인세를 더 내게 됩니다.
셋째, 기업 신용도 하락과 상속·증여 문제로 이어집니다.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는 재무제표의 가지급금을 대표이사의 횡령 또는 부실 경영의 강력한 증거로 봅니다. 이는 대출 심사, 정책 자금 신청, 투자 유치 등 모든 자금 조달 활동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됩니다. 더 나아가, 만약 가지급금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사망하면, 이 가지급금은 상속인이 회사에 갚아야 할 채무로 상속됩니다. 상속 재산도 없는데 빚만 물려받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쌓여버린 가지급금, 합법적 해결 로드맵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지급금을 보며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다만 각 방법에는 장단점이 명확하므로, 회사의 재무 상태와 대표이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 대표이사의 개인 자산으로 상환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대표이사가 개인적인 급여, 상여, 배당소득이나 보유 자산을 통해 직접 가지급금을 갚는 것입니다. 세무적으로 가장 깔끔하지만, 대표이사에게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 급여 및 상여금 증액을 통한 상계 처리
대표이사의 급여나 상여금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증액하고, 그 증가분을 가지급금 상환에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회계 처리는 간단하지만, 대표이사의 소득세율 구간에 따라 높은 세율의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배당을 활용한 상환
회사의 이익잉여금이 충분하다면 주주인 대표이사에게 배당을 지급하고, 그 배당금으로 가지급금을 상환하는 전략입니다. 배당소득세(15.4%)가 발생하지만, 종합소득세율이 높은 대표이사에게는 급여 인상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배당은 정관 규정에 따라 적법한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대표이사 소유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 활용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 등을 감정평가를 통해 회사에 양도(유상 이전)하고, 그 대금으로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이 대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필요경비(최대 60%)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서만 과세되므로 절세 효과가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직무와 관련 있는 실제 가치가 있는 특허여야 하며,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객관적인 가치 평가가 선행되어야만 세무 당국의 소명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정리
회사가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의 일부를 매입(자기주식 취득)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여 가지급금과 상계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주식 양도소득세가 적용되어 다른 방법에 비해 세 부담이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법상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지켜야 하고, 자칫 잘못하면 세무 당국으로부터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에 따라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는 고난도 전략입니다. 반드시 법률 및 세무 전문가의 정밀한 검토 하에 진행해야 합니다.
가수금의 경우,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아졌을 때 현금으로 상환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만약 상환이 어렵다면, 이 부채를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투명한 시스템 구축과 미래 전망
가지급금과 가수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급하니까’, ‘편하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이 더 큰 화를 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법인과 개인의 자금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통장은 대표이사의 개인 금고가 아닙니다. 모든 경비 지출은 반드시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적격 증빙(세금계산서, 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을 수취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또한, 대표이사나 임원의 보수 규정을 명확히 하여 예측 가능한 자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기적인 재무 상태 점검도 필수입니다. 최소한 분기별로 세무 대리인과 함께 재무제표를 검토하며 가지급금이나 가수금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금액이 커지기 전에 즉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회계 처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복잡한 세무 컨설팅이 필요한 암 덩어리로 변질됩니다.
미래를 전망해볼 때, 과세 당국의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질 것입니다. 국세청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NTIS)을 통해 기업의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던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성실하게 재무를 관리하고 투명성을 갖춘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가지급금과 가수금 문제는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기술적인 회계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는 회사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고자 하는 경영자의 철학과 원칙에 관한 문제입니다. 장부 위의 작은 숫자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십시오. 지금 당장 회사의 재무제표를 열어보고, 우리 회사의 ‘숨겨진 빚’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재무 구조야말로 그 어떤 화려한 사업 계획보다 강력한 회사의 경쟁력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자격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광고·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